◆ 섬진강과 어우러진 기차마을
섬진강과 전라선, 국도 17호선이 함께 지나는 이곳은 한 폭의 수채화다. '칙칙폭폭' 옛 열차를 타고 와 섬진강변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전시된 기차들을 둘러보고, 기차카페에서 차도 마신다.
여기에 최근 관광시설이 추가됐다. 강변이 내려다 보이는 목조 펜션 단지. 곡성군이 24억원을 들여 마련한 가족단위 숙박시설이다. 아치형 역사, 객차를 활용한 기차펜션 4동(총 8실), 단독 펜션 9동이 들어섰다. 오는 15일 개장한다.
가족과 함께 찾아온 박종길(43·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씨는 "곡성은 특별히 기억되는 관광상품이 없었는데, 이제 기차마을이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펜션 쪽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풍경은 정말 일품"이라고 말했다. 김용상(36·광주 동구 계림동)씨도 "기차마을과 섬진강의 풍경에 매료돼 올 여름 펜션에서 휴가를 보낼까 한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산지 비율이 가장 높아 자랑 아닌 자랑으로 '물 맑은 섬진강이 있다'고 자조해왔던 오지(奧地) 곡성군. 인구 3만3000여 명의 이 지역이 최근 기차마을 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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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에 100만 명 돌파
섬진강 기차마을이 본격 운영된 것은 2005년 3월. 1998년 전라선을 직선화하면서 섬진강변에 폐선로 17.9㎞가 나왔다. 곡성군은 이것을 관광자원화하자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부족한 군 살림'에 사업비 확보가 힘겨워, 196억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폐선로에서 관광객을 태울 증기기관차, 전시용 증기기관차와 KTX열차, 기차카페 2량, 철로 자전거,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추는 등 6년간 '준비 작업' 끝에 기차마을을 탄생시켰다.
처음엔 주민 대다수가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버려진 철도구간을 활용해봤자 사람들이 얼마나 오겠느냐"는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본격 운영 3년 만에 기차마을은 '추억 속의 자연형 관광지'로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3년간 기차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101만2000여 명. 하루 평균 900여 명, 연간 33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경제도 탄력을 받고 있다. 곡성군의 올해 재정규모는 1943억원(자립도 10.7%). 전남 22개 시·군 평균 자립도 16.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차마을 운영 수익은 지방세 등 자체수입 147억원의 5.8%에 달하는 8억4800만원이나 된다. 3년간 38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가져왔다. 폐선로 구간 인근에는 펜션 단지 3곳, 모텔 1곳, 민박 49곳이 들어섰다.
◆ 기차마을 효과 키운다
곡성군은 기차마을이 유명세를 타자, 다른 사업과 연계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곡성읍 섬진강변에서 열어오던 심청축제를 오는 10월 기차마을에서 열기로 했다. 옛 곡성역에서 압록역에 이르는 13.2㎞ 폐선로 구간 주변에는 나루터, 심청이야기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곡성섬진강천문대 등 관광시설을 갖추고 관광객을 맞고 있다.
전남 곡성군 오곡면 송정리 기차마을에 새롭게 단장한 목조 아치형
역사를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최근 목조역사를 완공했고 열차를
이용한 펜션 등 개장을 앞두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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