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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입자 3억명과 해리포터와 슈퍼맨, 반지의 제왕 등 초대형 지적재산권(IP) 모두를 거느린 미디어 공룡으로 도약하게 됐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경쟁사인 디즈니 등과 비교해 세대를 아우르는 프랜차이즈 IP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스트리밍 앱 월간 활성 사용자의 46%를 차지한다. 워너브러더스의 HBO 맥스까지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5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헐리우드로 대변되는 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면서 일자리 감소와 극장 폐쇄가 늘어나고 새로운 시도의 영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일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소식에 극장 체인 AMC와 시네마크, 대형 스크린 기술 기업 아이맥스 등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넷플릭스와 번번이 충돌해왔던 헐리우드는 콘텐츠 주도권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완전히 넘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배급·플랫폼 모두를 넷플릭스가 장악해 헐리우드를 지배할 것이라는 공포다. 넷플릭스는 영화를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먼저 공개하고 콘텐츠 전 회차를 즉시 공개하는 등 기존 헐리우드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직원을 채용하고 해고하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도 헐리우드에 거부감을 줬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영화는 극장 독점 상영을 계속한다고 밝혔지만 헐리우드는 ‘형식적인 개봉’에 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만 2000명 규모의 시나리오 작가 단체인 미국 작가조합은 “이번 합병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이 최대 경쟁사 중 하나를 집어삼키는 것은 반독점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3만개 영화관 단체인 시네마유나이티드도 “전 세계 영화 상영 사업에 전례 없는 위협이다”며 “미국과 전 세계의 대형 체인 극장에서부터 소도시의 독립극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극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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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합병 승인도 난관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결합 승인은 최소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최대 18개월을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시장 지배력이 높은 넷플릭스의 거대 스튜디오 합병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독점 가능성·헐리우드 노조 반발·소비자 가격 인상 우려 등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이번 합병을 ‘심각하게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은 정계 주요 인사를 만나 넷플릭스의 독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기도 하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 경영진에 이번 인수전이 불공정하다고 항의한 바 있다.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반독점의 악몽과도 같은 거래다”며 “미국인에게 더 비싼 구독료로 더 적은 선택권을 강요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당국이 불허해 이번 거래가 무산되면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에 58억 달러(약 8조 5500억원)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인수합병(M&A)에 우호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소비자 피해 방지 또는 일부 자산 매각 등 일정 조건을 달고 승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중파 방송, 케이블, 유튜브 등 광범위한 TV 시청 범주에선 다른 선택권이 충분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가 시장 지배적인 기업은 아니라는 취지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필요한 모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번 거래는 소비자와 혁신, 노동자, 창작자 모두에 이로울 것이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