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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로 일자리 보조금 수령…법 위반한 수의계약도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의 일환으로 보조금 규모와 문제점을 조사·발표했던 것의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반복적으로 지급된 선심성 사업이나 일자리 명목 등 그럴 듯 하지만 내용이 없는 사업들을 가차없이 구조조정해서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단 의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보조금이 3000만원 이하로 소액이거나 기존에 적발된 경우 등은 제외했다.
적발된 사례는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다. 가령 모 통일운동단체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6260만원을 받은 뒤 ‘윤석열정권 취임 100일 국정난맥 진단과 처방’을 비롯한 정치적 강의들을 진행한 것은 물론, 윤석열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강의에 포함시켰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일자리사업 보조금 3110만원을 수령했는데, 알고 보니 강의실, PC 설비, 상근직원 등이 없어 보조금사업 수행 자격이 없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였다. 해당 단체는 공동대표 중 1인이 이사장인 학원의 시설,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 기재해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이외에도, 국가계약법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위반해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수면 위로 올랐다. 예를 들어 모 국제 재단은 재외동포 어린이 그림일기대회 등 3개 사업에 참여하면서 2020년부터 3년간 2000만원 초과 물품 및 용역계약 13건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4억 8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수위 심각한 86건 형사고발 또는 수사의뢰 진행
정부는 보조금 유용·횡령, 리베이트, 허위내용 기재 등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목적외 사용, 내부거래 등 300여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추가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각 부처가 추가적 비위·부정이 있는지 계속 확인 중에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수사나 감사의뢰 건수는 늘어날 수 있다.
내년부터 5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감축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이 수석은 최종 삭감액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민간단체에 지원된 보조금이 용도에 맞게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감시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투명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정부는 향후 다양한 관리·감독 방안을 제시했다. 보조금을 수령한 1차 수령단체에게 위탁·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하위단체들까지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전부 등록하도록 하고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도 빠짐없이 등재·점검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전용시스템 없이 종이 영수증으로 증빙을 받고 수기로 장부를 관리해 온 지자체 보조금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한다. 지난 1월부터 광역단체에 우선 도입한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를 올해 하반기부터 기초단체에도 확대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보조금 부정·비리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 창구를 정부 대표 포털인 ‘정부24’로 확대한다. 기존 신고 창구는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한 각 부처, 수사기관에 한정됐다. 정부는 추가 논의를 통해 포상금 상한을 높이고, 공익가치가 높은 건에 대해서는 포상금 지급을 파격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각 부처 감사관실에 ‘보조금 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보조금 상시감사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