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적증가는 IFRS9·17 도입 효과”
금감원은 지난 19일 ‘IFRS17 도입에 따른 재무상태 및 손익변동 효과’라는 이름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1분기 보험사 실적이 ‘역대급’을 기록하면서 IFRRS17을 둘러싼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보험사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그대로인데 회계기준만 변경돼 실적이 뻥튀기 됐다는 의혹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생명보험사(생보사)와 손해보험사(손보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개별 기준으로 5조23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3조700억원에 견줘 70% 급증한 것이다. 생보사는 1분기 2조7300억원 당기순익을 기록, 전년 동기 1조4200억원보다 1조3100억원 92% 폭증했다. 손보사 역시 2조5000억원의 당기순익으로 1년 전보다 8500억원, 51%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보험사 실적이 이처럼 증가한 이유를 △보험사가 투자한 채권 등 금융상품 회계를 처리하는 방식의 변화(IFRS9 도입)△신계약비 부분을 (IFRS17)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FRS9은 보험회사가 받은 보험료를 운용하기 위해 투자한 채권 등 금융상품을 어떻게 회계적으로 인식(처리)할지에 대한 기준이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올해 이를 도입했고, 보험부채와 수익비용의 인식 기준인 IFRS17과는 다른 국제회계기준이다.
지난해까지 IFRS4 기준에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등 수익증권의 평가이익은 회계 계정 중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혀 당기순익에서 빠졌다. 반면 IFRS9에서는 당기손익으로 잡히는데, 1분기 금리가 인하하면서 보유한 채권 가치가 오르면서 그만큼 당기순익이 늘어났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실제 1분기 금리 하락에 따라 늘어난 보험사 채권 평가이익이 세후로 62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말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36%로 지난해 말 3.74%에서 0.38%p 내렸다. 채권값은 금리와 반대라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값은 오른다.
아울러 금감원은 실적 급등의 또 다른 요인을 ‘신계약비’ 부분으로 봤다. 이는 보험사의 수익과 비용 인식 기준인 IFRS17의 비용처리에 대한 부분이다. IFRS17에서는 보험계약을 신규로 체결하는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보험기간 전체에 걸쳐 상각(나눠 반영)한다. 그 이전 회계기준에서 7년으로 나눠 상각하던 것에 비해 장기간 나눠 인식하기에 비용이 적게 잡혀 손익이 그만큼 증가한다. 이에 따른 보험사 순익 증감이 1분기 1조5900억원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보험사 낙관적 가정으로 부풀리기 아냐”
반면 금감원은 “IFRS17가 강조하는 자율성을 악용해 보험사들이 낙관적인 미래 가정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지 않았다”고 봤다.
1분기 손해보험사에 이어 생명보험사들까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자율성을 강조한 새 회계기준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특히 새 회계기준 하에서 보험사 실적을 좌우할 주요 지표가 된 ‘보험계약마진’(CSM) 이익 산출에 대해 자율성이 강조되다보니 보험사가 스스로에게 유리한 낙관적 전망을 적용해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의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로 사망률, 계약해지율, 손해율 등을 가정해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IFRS9과 신계약비 효과에 대한 부분을 조정(제거)한 1분기 보험사 전체 당기손익은 3조200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700억원과 비슷하다”며 “ 보험사의 자의적 가정에 의한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CSM을 일부 보험사가 부풀려 1분기 실적을 크게 뻥튀기 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CSM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수익에 해당하는 예상보험금과 예상사업비 등을 높게 잡더라도 이후 이것과 실제 지급한 보험금과 실제사업비인 비용과의 차이인 ‘예실차’에서 손실이 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순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IFRS17은 회계적 가정의 적정성을 찾아가는 자정기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CSM을 낙관적으로 가정하는 초기 보험회사 순익이 일부 커질 수 있어 CSM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특히 통계적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무저해지 보험 등의 해약률 등이 구체적 대상으로 꼽힌다. 무저해지보험은 해약환급금이 없지만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위험을 보장해 보험사가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캐나다의 예전 판매 사례와 일본의 최근 판매 사례를 보면 우리 보험사들이 예측하는 해지율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그런 부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