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 프랑스에서 공개되는 '직지'…문화재청, 전시 지원

이윤정 기자I 2023.04.12 09:22:03

특별전서 '직지' 첫번째 유물로 소개
금속활자본 하권 공개
문화재청, 프랑스국립도서관과 업무협약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문화재청은 프랑스국립도서관과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특별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IMPRIMER! L’EUROPE DE GUTENBERG)’(4월 12~7월 16일)의 전시지원 및 학술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특별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를 공개하는 전시다.

주요 협약 내용은 △해당 특별전과 관련한 대중강연 개최 △전시 관련 이미지 제공 및 번역 등의 지원 △전시회 홍보를 비롯해 향후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국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조사, 연구추진에 상호 협력 등이다. 이번 협약과 관련된 세부 업무는 문화재청 산하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맡아 진행한다.

전시 중인 ‘직지’(사진=문화재청).
‘직지’는 승려 백운(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가려 엮고 그의 제자인 석찬과 달잠이 간행한 불교서적이다. 참선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주제들과 선종불교의 진리를 담고 있어 제자들을 위한 교본으로 사용됐다.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구텐베르크 성경’(독일, 1455년경)보다 무려 78년 앞선 1377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상하 2권이 먼저 인쇄됐다. 이후 1년 뒤 1378년 취암사에서 목판으로 다시 인쇄됐다. 목판본 ‘직지’는 1992년 보물로 지정되어 현재 완전한 형태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상·하권이 보관돼 있다. 2001년 9월 4일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은 금속활자본 하권이다.

‘직지’는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이후 주한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수집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최초로 공개 전시했다. 이후 프랑스의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 1853~1935)이 저술한 ‘한국서지’(보유판 1901년, 3738번)에 게재됐다. 플랑시가 죽은 후 ‘직지’를 구입한 예술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1854∼1943)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1952년에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소장품 목록에 편입됐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 전시,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 1973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동양의 보물’ 전시에서 공개된 것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직지’의 실물이 일반에 공개된 적은 없었다. 이번 공개는 무려 반세기 만의 일이다. 이번 특별전에서 ‘직지’는 첫 번째 유물로 소개된다.

채수희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왼쪽 다섯번째), 로렌스 앙젤 (Laurence Engel·왼쪽 여섯번째) 프랑스국립도서관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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