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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 개념으로 보면 이달 중 원화 가치는 8.0% 절상됐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는 2.8% 하락했다. 원화의 달러 대비 가치 절상률이 달러 가치 하락률보다 2.8배 더 컸던 것이다.달러 인덱스는 유로와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달 들어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대비 9개 주요 통화 가치는 모두 절상됐다. 엔화의 절상률이 4.4% 였으며 △스위스 프랑 3.4% △호주 달러 3.3% △유로·위안화 2.8% △캐나다 달러 2.3% △인도 루피 2.0% △영국 파운드 1.0% 등으로 나타났다. 원화의 절상률(8.0%)은 2위인 엔화의 두 배에 가까울 만큼 강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전체로 보면 달러 대비 원화의 절하율은 9.8%로 달러 인덱스 상승률인 12.7%보다 작다. 글로벌 강달러 상황에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좋았다는 의미가 된다. 원화 절하율은 엔화(18.7%), 파운드(13.5%), 위안(10.5%), 유로(10.1%)보다 양호하지만, 캐나다 달러(5.1%), 스위스 프랑(5.4%), 인도 루피(7.9%), 호주 달러(8.7%)보다는 심했다.
원화 절상은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에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단 기대감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9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5조 3000억원에 달했다. 이들의 순매수 자금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늘렸다.
외환 당국의 수급 안정책도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10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 80억 달러 상당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조치 등이 달러 공급을 늘렸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미국 물가가 변수로 더해졌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올라 2월(7.9%) 이후 8개월 만에 7%대로 복귀했다. 미국 물가가 정점을 통과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다만 11월 중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원화 절상 속도는 심리적인 쏠림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중 달러에 대한 추종 매수 심리가 강했다면, 이번엔 달러 매도에 대한 추종 심리가 불붙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을 풀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아직까지 주요국의 인플레가 완전히 잡히고 있지 않고 금리 인상 문제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어떤 속도, 어떤 폭으로 움직이냐에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은 여전히 변동성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