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지난 5월 기자 간담회에서 머리 숙여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이날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8개동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발표했다. 나머지 7개동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거친 후 재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HDC현산 측은 2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HDC현산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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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잇단 해외 일정에 대해 ‘회피성’ 출장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민기 국회 국토위원장도 이날 정 회장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잘못으로 시민 열다섯 명이 희생됐다. 입주 예정자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며 “그러나 충분한 사과도, 책임지는 모습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HDC현산에 대한 정 회장의 애정은 남다르다고 전해진다. 1999년 아버지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긴 뒤 이를 토대로 HDC그룹을 키워왔다.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도 정 회장의 작품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자신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