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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학개미 순매수 1~10위 종목 중 4개가 초고위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해외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의 대표격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TQQQ)’가 순매수 결제금액 2위를 차지했다. 올 1월3일부터 6월30일까지 서학개미가 20억9674만달러, 우리 돈으로 2조7215억원을 사들이면서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연초보다 30% 넘게 급락했지만, 서학개미들은 이 같은 낙폭이 과도하다고 보고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TQQQ 작년 매수액은 46억1800만달러였지만, 올해는 81억4561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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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불개미’는 다른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도 사들이고 있다. 순매수 3위는 미국 대표 30개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3배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가 차지했다. 일명 ‘속쓸이’의 올해 순매수액은 13억1883만달러(약 1조7118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15개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BMO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드’가 순매수 결제금액 각각 9위, 10위에 올랐다.
최근 한 달로 범위를 좁혀봐도 서학개미들의 공격적 투자가 두드러진다. 상위 10개 상품 중 4개가 고위험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ETF이다. 서학개미가 지난 한 달 동안 1억3575만달러(약 1762원) 사들인 TQQQ가 상반기 순매수에서 1위를 차지한 테슬라를 제쳤다.
3위에는 나스닥100 지수가 내려갈 때 하락률의 3배 수익을 내는 SQQQ가 올랐다. 4위는 SOXL, 6위에는 국제유가 흐름에 3배 투자하는 ‘뱅크오브몬트리올 마이크로섹터스 US빅오일 인덱스 3X 레버리지 ETN’(NRGU), 일명 ‘너구리’가 그 뒤를 이었다.
◇수익률은 -30%부터 -80%까지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들의 올해 수익률은 참담하다. 1월3일 85.57달러 하던 TQQQ는 지난달 30일 24.00달러로 연초 대비 71.95% 폭락했다.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는 401.68달러에서 280.28달러로 30% 넘게 떨어졌다. SOXL은 더 심각하다. 연초 72.10달러에서 81.83% 떨어진 13.10달러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40% 넘게 오른 국제유가 흐름에 투자하는 NRGU의 수익률은 연초 기준으로 82.99% 올랐지만, 지난 한 달 기준으로 보면 51.92% 급락했다.
◇서학개미 매수세는 줄어…변동성 확대 유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서학개미들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가에선 투자자들 사이에 ‘나는 딸 수 있다’는 생각과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공존한다고 보고 있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약세장에서 한 번씩 반등할 때 고수익을 누리려는 수요와 시장 약세에서 손실을 본 경우에 레버리지로 한 번에 이를 회복하려는 수요가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달러가 역대급 강세를 띠는 만큼 환차익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서학개미들의 월간 순매수 금액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2월 약세장에서도 해외 증시 30억5692만달러(약 3조9678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6월 들어서는 6억5833만달러(22일 기준)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손실이 커지면서 서학개미 투자 의욕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정 연구원은 “레버리지 상품들은 워낙 고위험 상품이고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지수 자체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레버리지를 하면 변동성이 한층 더 커진다는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