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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원을 두고 일부 지자체에선 내력벽 철거가 사실상 허용된 것으로 해석했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세대를 합치는 게 아니면 구조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명확히 고려한 후 기초자치단체(시·군·구)에서 허가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해석대로라면 세대 내 내력벽 철거나 이동은 지자체 안전성 검증 후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게 아니라 ‘신중히 판단하라’는 뉘앙스”였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유권해석이 구속력이 있는지 묻자 그는 “지자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복했다. 사실상 어떤 내력벽 철거도 자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혼선이 생기는 건 국토부가 내력벽 철거를 얼마나 허용할지 결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내력벽 철거는 수직증축 리모델링(꼭대기 층에 2~3층을 더 올리는 방식)의 핵심으로 꼽힌다. 수직증축은 수평증축(기존 건물에 옆으로 새 건물을 덧대 짓는 방식)보다 가구 수 증가 효과가 크지만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으면 앞뒤로 긴 동굴 같은 형태가 된다.
국토부는 2016년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포함한 수직증축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이를 번복, 건설기술연구원에 안전성 검증을 맡겼다. 건설연은 2020년 검증 용역을 마쳤지만 국토부는 연구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며 가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애초 국토부는 그해 연말 철거 허용 여부를 발표하려 했으나 올 하반기까지 일정을 미뤘다. 건설연은 내력벽 부분 철거는 아파트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국토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팔짱 낀 사이 리모델링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 94개 단지에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1년 전보다 추진 단지가 36곳 늘었다. 대선 후보들도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서정태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 회장은 “단지 구조상 수직증축밖에 할 수 없는 단지들이 있다”며 “국토부에서 희망고문을 하면서 혼선을 키울 게 아니라 빨리 가부를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