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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울린 손편지, 임대료 안받은 건물주…우리곁 작은 영웅들

양지윤 기자I 2020.03.01 14:15:23

주민센터에 저금통·현금봉투·편지 내밀고 간 중년남성
선별진료소에 응원편지 보내고 도넛·귤 등 포장해 선물
건물 9개층 임대료 안받은 건물주, 임대료 인하 운동까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로나19로 슬픔과 어려움을 당하신 분들에게 저의 작은 정성과 마음을 전달합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주민센터. 익명의 중년 남성이 불쑥 방문해 근무 중이던 직원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고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봉투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봉투, 편지가 있었다. 직원이 급히 남성을 뒤쫓아 갔으나 남성은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봉투 속에는 30만원이 든 현금봉투와 60여만원이 든 돼지저금통, 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직접 쓴 편지가 한 통 담겨 있었다.

“힘들지만 모든 이웃이 힘이 돼 코로나19를 이겨냅시다. 고군분투하는 관계 공무원과 헌신하며 봉사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코로나19로 불철주야 고생하는 공무원과 봉사자들을 격려하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마포구는 이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상암동 지정기탁으로 처리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주민센터에 익명의 중년 남성이 두고 간 봉투. 코로나19 대응 일선에 선 공무원을 격려하는 글이 적혀 있다.(서울 마포구 제공)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온 나라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방역 일선에서 분투하는 자치구와 의료진에 대한 응원이 쇄도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인 선별진료소에도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도넛과 귤, 응원 편지가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업무량이 폭증한 보건소, 선별진료소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낸다”는 편지와 함께 선별진료소 안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며 도넛을 일일이 재포장했다는 한 시민은 도넛 10박스를 보내왔다. 보내는 분, 받는 분 주소란에 각각 “선별진료소 관련자 분들 모두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와 “중구보건소. 감사해요!”라고 적힌 귤 한 박스가 보건소로 배달되기도 했다.

중구 대책반 직원들은 “어느 주민분이 체계적 대응과 헌신적인 관계자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장문의 감사 메시지를 주었을 때는 마음이 울컥했다”며 문자메세지를 공개했다. “연일 고생하는 의료진과 비상근무로 수고하는 구청, 보건소 직원들에게 힘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는 서양호 중구청장은“지역내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구민 여러분의 협조인 만큼 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상가 임대를 자발적으로 인하하는 착한 건물주도 잇따른다. 마포구 최대 상권인 홍대지역 건물주협회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경제상황 극복을 위해 뭉쳤다.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 운동을 시작했다. 유동인구와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임차인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다.

이창송 홍대건물주협회장은 본인 소유 건물 9개층에 있는 세입자 모두와 2월분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최근 합의했다. 또 2237명의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적 임대료 인하 운동을 펼친 결과 많은 건물주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졌다. 이에 마포구는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건물주에게 해당 건물 방역, 소독, 전기안전 점검 등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주민들이 어려운 상황 극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더 없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지역사회 감염을 최대한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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