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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덤핑에 무역확장법까지…'2兆 규모' 대미 강관 수출 먹구름

남궁민관 기자I 2018.03.04 16:58:15

美 무역확장법232조 승인시 25% 관세 부과
강관, 기존 반덤핑 더하면 최대 관세 70% 넘어
현지 투자·아웃리치 총력…"렉타임 버텨라"

세아제강 포항공장에서 생산되는 강관 제품.세아제강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미국 정부의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된 가운데 연 2조원에 육박하는 대미 강관 수출에 먹구름이 꼈다. 12개 국가만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지만, 기존 미국이 펼쳤던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까지 고려하면 국내 강관업체들의 대미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철강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국내 강관업체들은 대미 수출과 관련 최대 70%에 이르는 고관세를 부과받을 전망이다.

국내 주요 강관업체인 넥스틸은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유정용 강관에 대해 46.37%의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004020)휴스틸(005010), 아주베스틸은 19.58%, 세아제강(003030)은 6.6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았다.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철강 관련 25% 관세 부과를 주요 안으로 삼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승인할 경우 넥스틸은 무려 70%가 넘는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그나마 당초 한국을 비롯 12개 특정국가에 53%의 고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 수출길이 아예 막히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지만,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까지 고려할 경우 각 업체별 경쟁력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미 강관 수출은 지난해만 2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지난해 대미 강관 수출 규모는 202만t(57%), 액수 기준 17억2500만달러(약 1조8681억원)에 이른다. 주요 업체별 대미 수출 비중만 따져로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당장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 세아제강의 경우 전체 매출액(지난해 기준 2조2899억원) 중 25% 가량이 대미 강관 수출에서 발생한다. 휴스틸은 대미수출 비중이 매출액 6905억원 가운데 50%, 넥스틸은 2851억원(2016년 기준) 가운데 80% 수준에 이른다.

피해 상황이 뚜렷한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번 미국의 철강수입 규제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통상외교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미국 내 철강 수요업계와 반대여론을 형성하는 노력에 나서야한다는 조언이 함께 나온다. 경우에 따라 미국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하나의 선택이다. 현재 세아제강은 미국 내 15만t 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넥스틸 역시 미국 텍사스 진출을 타진 중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연구위원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강관의 경우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싶어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수요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부과라는 기존 장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각 업체별로 이번 25% 관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로, 향후 가격경쟁력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내 강관 업체들이 캐파를 늘린다고 하지만 당분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이번 수입규제에 따라 미국 내 업체들이 강관 제품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도 이어지면서 수요업체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론이 뒤집힐 때까지 우리 철강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이른바 렉타임을 버텨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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