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50만원이 넘는 고액의 상품권에 대해선 발행 전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발행단계에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액의 상품권이 최근 논란이 된 모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사건처럼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종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상품권 시장 현황과 감독의 필요성’이란 보고서에서 “상품권은 화폐와의 차별성이 점점 줄고 있고 지폐보다 훨씬 높은 액면가를 가질 수 있다”며 “특히 고액 상품권은 거액 현금거래에 동원되는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큰 만큼 발행 전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속칭 상품권 ‘깡(재판매)’이 자금유통을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품권 깡은 급전이 필요한 법인이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다시 상품권 매매업체에 팔아 현금화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엔 50만원권 고액의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상품권이 대규모 불법 거래에 악용될 우려가 더 커졌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현금 대신 상품권 거래가 뇌물수수 등의 비리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50만원권 등 고액 상품권을 이용하면 같은 금액을 운반하는 데 필요한 도구의 크기가 5만원권 지폐를 이용할 때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돼 자금의 사용이 불법적이라도 추적 자체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액 상품권은 당국에 등록 후 발행하도록 하고 발행 단계에선 의심거래보고, 고액확인제도 등 기본적인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도입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도 상품권 등 대체거래수단에 대해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