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재 문화칼럼
요즘 K팝이 상종가다.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JYP 등 3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1000여억원에 이른다. 소녀시대, 빅뱅, 원더걸스 등이 콘서트를 열고 음원을 팔아 벌어들인 돈이다. 이미 지난해 3사의 전체 매출액 1500여억원의 3분 2 이상을 올렸다. 이같은 추세라면 3사 금년 매출액은 2500여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요시장의 절반에 가깝다.
K팝은 우리사회 중심어가 됐다. 연일 언론에서 K팝을 주요기사로 다루고 있고 한류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내년 역시 K팝이 대세를 이룰 것 같다. 실제로 SM, YG, JYP는 한 방송사와 함께 미국·프랑스·중국·남미를 순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진행, K팝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시작단계이지만 세계적인 현상이다. 바야흐로 한국의 문화산업 전체를 K팝이 이끌고 있는 분위기다.
이같은 국면은 2000년 초 한국영화를 연상케 한다. 당시 한국영화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쉬리’의 흥행성공을 시작으로 한국영화사상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은 영화산업은 4000억원의 정부지원금과 영화펀드로 호황을 누렸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도 나왔다. 칸느 등 세계영화제에서도 큰 상을 받았다. 해외수출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가 이어졌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투자자들은 대박신화에 취해 하이 리스크 로 리턴(high risk low return) 구조의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징을 외면했다. 100억대 한국형 블록버스터만을 쫓았다. 결과는 쪽박이었다. 거품이 빠진 지금, 충무로는 10억원 안팎의 저예산 영화제작에도 허덕이고 있다.
문화상품은 유행에 민감하다. 언제 왔나 싶었는데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소비자는 같은 것을 원하면서도 다른 것을 바란다. 복제 가능한 가요, 영화상품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생산자는 장르의 관습 속에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2011년 지금, K팝은 변곡점에 서 있다. 향후 K팝 한류시장이 상승 국면을 이어갈지 아니면 곤두박질 쳐 하강국면으로 추락할지가 가늠되는 중차대한 시기다.
K팝은 지속가능한 한류 신상품을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업계 스스로가 과학적인 제작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K팝을 한때 유행이 아닌 장르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투자, 제작, 유통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선행 조건이다. 먼저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창의력 있는 뮤지션을 길러내야 한다. 걸그룹도 상업적인 도구가 아닌 문화예술적인 엔터테이너로 키워야 한다. 비,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를 닮았지만 다른 아이돌, 걸그룹이 나와야 한다. 스핀오프(spin-off , 파생상품)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론 정부의 혁명적인 사고전환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식으론 곤란하다. 올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지원예산은 한 해 고작 15억원이다. 그 중 창작지원 5억5000만원, 해외진출지원 3억원이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음악제작자가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직접적이며 현실가능한 지원이 아쉽다. 하나의 히트곡은 아홉의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산업처럼 연구개발비도 지원하고 세금도 줄여주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그래야 K팝은 진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