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자사주 놔두고 증자추진 왜?

원정희 기자I 2009.06.04 11:10:48

하반기 대형 M&A 가능성 염두 시각

[이데일리 원정희기자] 자본상황이 양호한 KB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추진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금융(105560) 안팎에서는 유상증자 방식의 자본확충을 독려하는 정부 방침에 호응하면서 하반기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속내가 아니겠냐는 시각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자본 양호..부실 선제적 대비차원?

실제 시장에서는 KB금융의 증자 추진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말 KB금융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45%, 기본자본(Tier1)비율은 8.28%로 지주사 가운데서도 양호한 수준이다. 우리금융(053000)의 경우 BIS비율은 11.4%, 기본자본비율은 7.3%에 불과하다. 이미 유상증자를 했던 신한지주(055550)도 각각 11.9%, 6.8% 수준이다.

향후 부실 대비차원에서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증자라면 모든 지주사들이 증자에 나서야 할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현재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 대규모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금융권의 전망이어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다만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나서게끔 정부가 푸시를 하고 있다"며 "자본확충 방식으로는 기본자본을 늘릴 수 있는 유상증자 방식이 가장 좋다"고 언급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다른 금융위 고위관계자도 "현재 경기 상황이 일시적으로 호전된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며 "여건이 좋을 때 양질의 자본을 늘리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대형 M&A대비 출자한도 확대 포석에 무게

그러나 그렇다손 치더라도 자회사인 국민은행이 보유한 KB금융 주식 약5510만주를 현재 주가 4만원 초반대로만 팔아도 2조원 이상의 돈이 생긴다. 굳이 주주가치 희석을 감수하고 증자를 택하는 것 역시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자사주 매각의 경우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최초 매입가보다 크게 떨어져 있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어차피 오버행 이슈가 있기 때문에 자사주를 팔 수 있다면 가능한 만큼 쓰는게 주주들에 도움이고 증자방안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다만 KB금융 역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유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듯이 자사주 매각에 대한 여지도 남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관계자는 "하반기에 경기상황이 자칫 악화돼 증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M&A 가능성이 생길 수 있어 이같은 점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금융권 안팎에선 후자에 무게를 싣고 있다. 황영기 KB금융회장과 김중회 사장 등은 "올 3분기 이후 경기가 좋아지면 M&A를 고려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바 있다.
 
현 상황에서 수조원대의 자본확충을 추진한다면 증권사나 보험사 보다는 은행쪽 M&A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외환은행(004940) 인수 자금 확보라는 시각은 최근 론스타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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