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국제 금융시장이 몇달 안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국내 자금쏠림 현상이 조정되는 데에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물가, 국내 경제 움직임, 국제 금융시장 등이 대체로 전망하는 방향으로 가는지를 매달 짚어가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되면서 최근 가격지표들의 변동이 상당히 심해졌다”면서 “경제주체들의 가격변수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 상당히 느린 감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어떻게 보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가격기능이 형성되는 상황”이라고 말해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한은이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외화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나라나 중앙은행에 주어진 임무와 수단은 그나라 통화로 표시된 유동성에 대해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임무고 실제로 수단도 그렇다”며 “중앙은행이 외화유동성까지 책임지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전문.
( 모두발언)
오늘 금통위에서는 한국은행이 정책목표로 삼는 콜금리 수준을 현 수준 5%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국내 경기사정을 보면 지금 지난 8월 이후에 국외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지만 국내 경기는 여전히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지표는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지만 소비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고 또 수출도 여전히 두자리수 증가를 지속하고 있다. 물가쪽을 보면 금년초부터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예고한 바 같다. 지난 9월까지는 목표중심선 3%보다 아랫쪽에, 특히 지난 상반기에는 하한보다도 아랫쪽에 있었으나 10월부터 높아지기 시작해서 지난 10월에는 3%, 11월에는 3.5%로 올라왔다. 3.5%는 목표수준의 상한선이다.
앞으로 보면 수요쪽에서 크진 않지만 다소의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고 비용쪽에서 보면 그동안의 국제 원유 가격이라든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왔기 때문에 바용쪽에는 물가상승 압력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몇일 전에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3.5%에 가까운 쪽에서 움직일 것이며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면 물가 상승률이 좀 내려갈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1년 정도 보면 3.5%에서 3%쪽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시장쪽을 보면 최근 가격지표들이 상당히 변동 심해졌다. 국내적으로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많이 몰리면서 은행 자금이 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시장불안이 재현됐기 때문에 이것이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특히 채권 가격이 큰 변동을 보였다.
워낙 외자가 지금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면 국내 채권시장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게 된다.
또 하나는 작년부터 계속해서 은행 여신 팽창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탈은 당연히 은행 자금 조달을 위해 CD나 은행채 발행이 많아졌고 국내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졌다.
어떻게 보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형성되는 상황이다. 국내 자금 쏠림 현상이 조정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것도 몇 달 안에 찾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가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 될 수 있다.
앞으로 경제주체들, 은행은 은행대로, 주식투자자들은 주식투자자들 대로, 외국인은 외국인대로 여기에 맞춰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방향은 내년 상반기에는 5%가 좀 못되는 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3.5%에 가까운 상황이 될 것 같다.
내년 하반기로 가면서 성장 속도는 상반기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전년동기대비로는 낮아질 것이다. 물가는 하반기 가면서 증가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외부 여건상 유류가격의 방향이나 국제 유가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
이런 점을 앞으로 금통위에서 물가, 국내 경제 움직임, 국제 금융시장, 국제 원자재 시장 등이 우리가 대체로 전망하는 방향으로 가는지, 다른 방향으로 가는지 매달 짚어가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다.
( 일문일답)
ㅇ내년 경제전망 관련해 대외 불확실성을 강조했는데 간밤 미국이 발표한 모기지 안정책의 효과는 어떨 것이며 내년 경제전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가.
-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재무부 주도의 대책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말하기 어렵다. 단지 우리가 세계경제를 전망할 때, 상당히 어렵겠지만 미국 경제가 소위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에 근거해서 우리 경제를 전망을 했기 때문에 미국 당국이 경제가 아주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번에 특별한 대책을 추진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제대로 되는 것이 한은의 경제전망 진로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자료는 없다.
ㅇ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중앙은행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대책들은
-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외자조달 쪽에서 어려움이 생겼고 국내 금융시장 사정과 겹쳐서 채권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평가를 해보면 최근 금리상승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경제성장률이 지난분기에 5.2%를 기록했고 지난 2분기, 3분기에도 실적이 상당히 괜찮았으며 물가상승률은 실제 높아졌다. 이런 걸로 봐서 어느 정도 경제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일부는 국제 금융쪽에서 오는 충격은 국제 금융에 열려있는 많은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외자조달이 어려워진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외자에 의존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실물 부분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통계지표들에서 최근에 우려할 징후가 아직 나타나고 있는 것은 없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계대출 연체율이라든가 통계지표로서의 효용은 낮아졌지만 부도율, 실물 쪽에서 나타나는 수요, 생산지표들을 보면 최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불안이 아주 큰 타격을 줘서 경제가 정상적인 운행을 못하고 있다는 징후가 잡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본다.
일시적인 충격에서 오는 것은 시장이 시간이 가면서 흡수를 해야 할 것이고 상당부분 경제논리에 따른 금리상승 부분은 그것대로 가야 한다.
금리가 당분간은 지난 상반기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ㅇ최근 채권시장 동요할 때 금통위 의사록에서 은행채에 지준 부과하는 의견이 나왔는데.
- 한국은행 공식 입장은 은행 예금에 대해서만 부과되고 있는 지준제도가 지금과 같이 발달한 금융시장에 비해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다. 그 범위를 은행 예금 뿐만 아니라 은행 예금과 유사한 다른 금융채무, 은행채를 포함해 확대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단지 지금 한국은행 법이나 은행법이 지준 의무 부과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좁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준제도를 바꾸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법상으로는 금통위 의결만으로 부과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건데 소위 말하는 제2금융권, 은행과 유사상품을 팔고 있는 곳까지 대상에 넣어서 폭넓게 봐야 한다.
사실 최근 지급준비금이 통화정책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많이 쓰고 있지만, 오래전에 지급준비제도가 정비된 나라를 보면 은행 예금 뿐만 아니라 은행예금과 유사한 기업의 채무에 대해서는 지급준비를 부과하는 쪽으로 정비된 곳이 많다.
ㅇ중국정부가 긴축기조 결정했는데 그동안 중국발 인플레 우려가 많았던 가운데 이같은 기조가 우리나라 물가나 경기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 우선 물가의 구조적인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과거 상당기간 동안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중국발 물가 하락효과를 상당히 봤다고 보고 있다. 한은에서 몇번 분석해봤지만 상당한 정도로 덕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은 중국의 물가가 수입국의 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는 정도까지 걱정은 아직은 안해도 괜찮다고 본다. 최근 중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높지만 들여다보면 식료품, 특히 돼지고기의 비중이 크다. 물가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 된다. 이 때문에 중국 인플레 압력이 과대평가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중국 당국의 각종 정책 실행의 결과를 볼때 상당히 점진적이고 완만한 조치를 취한 것 아닌가 한다. 환율이나 금융정책에 대한 태도를 보면 그렇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갑자기 큰 충격이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ㅇ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고 이에 따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데 외환보유고를 달러자산 대신 다른 통화로 옮길 생각이 있는지.
- 외환보유고 구성에 대한 질문이라면 한은은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꾸준히 낮춰왔다. 지금 수준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때 대체로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외화자산 운용의 일반적인 원칙으로서 어떤 특정 통화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통화표시 자산의 비중을 약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외화자산 구성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크게 왔다갔다 할 수는 없다. 중앙은행 보유자산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갖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크게 변화하기는 어렵다.
ㅇ금리가 지난달 말에 크게 오른 이유로 정책당국에서 외화차입 규제로 달러유입 억제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차입이 다 어려워졌고 스프레드도 그동안 많이 커졌다. 한국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다른 나라들이, 다른 금융기관들이 다 자금조달이 옛날보다 어려워졌는데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만 그 영향을 전혀 안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에 보면 각종 가격변수들이 움직이면서 금융자산을 처분한 곳도 있지만 반면에 새로이 외자를 들여와서 국내에서 금융자산을 취득한, 말하자면 국채나 통안증권을 취득한 곳도 많다. 한쪽에서는 팔고 어떤 사람은 사는 거래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오는 어려움을 너무 국내쪽에서만 원인을 찾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만 외자조달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나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자는 계속 들어오고 있다.
ㅇ펀드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데 작년초 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이 정부 의도와는 달리 단기차입 증가하고 금리 인상되는 결과로 나오고 있는데.
지금 주식쪽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국외쪽 뿐만 아니라 국내쪽으로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꼭 내국인들이 해외 투자를 해서 돈이 빠져나갔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해외 펀드 비과세도 영향을 줬겠지만 너무 그쪽에서만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작년 10월부터 은행 여신 증가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면서 한은에서도 유동성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얘기를 여러 번 해왔고 시장성 상품에 의존에 여신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은행 수지나 자금조달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여러 번 해왔다.
이런 경제주체들의 가격변수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 상당히 느린 감이 있고 이것이 이제는 금리도 올라오고, 주식 가격에 대한 앞으로 전망도 바뀔 수도 있다.
결국 시장경제라는게 주식가격에 대한 전망, 금리, 자금사정 등이 다 가격신호로 나타나고 경제주체는 행동을 조절해나가고 균형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우리가 그러한 가격변수 변동에 대해 어찌보면 경험이 충분치 않다고 본다. 외환위기 이후 가격변수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가격변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항상 일어나는 것이고 경제주체는 이에 맞춰서 조정해 나갸야 하는게 마땅하지 않은가 한다.
ㅇ채권 시장 불안의 가장 큰 요인이 외화유동성 부족에 있다고 본다면 한은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높은데.
- 외화유동성 문제에 대해서 한은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어느 나라나 중앙은행에 주어진 임무와 수단은 그나라 통화로 표시된 유동성에 대해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단정적으로 극단적인 얘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중앙은행이 외화유동성까지 책임지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 아니고 예외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