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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렉스는 “어떻게 그 결과가 나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XAI(Explainable AI) 기반 플랫폼 ‘CEEK-CURE’로 차별화된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히 타깃-화합물 결합 여부만 예측하는 기존 모델과 달리, 후보물질의 생성 과정·근거·우선순위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심플렉스는 2020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으로부터 5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설명 가능한 플랫폼을 갖춘 몇 안 되는 AI 신약개발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성진 대표는 미국GSK·BMS·Amgen 등에서 20년 이상 연구 플랫폼을 개발한 대한민국 AI 신약개발 1세대 창업가다. 현재는 사무실 내 연구소에서 자체 파이프라인까지 직접 개발하며, ‘버추얼 제약사’로의 확장까지 내다보고 있다.
“AI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조성진 대표는 심플렉스를 '리드 옵티마이제이션(Lead Optimization·선도물질 최적화 단계)에 특화된 AI 중심 R&D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신약개발은 결국 수십 개의 지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물질’을 찾는 과정”이라며 “활성이 좋아도 약물 동태가 나쁘면 안 되고, 독성이 없더라도 대사안정성이 떨어지면 약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즉, 수만에서 수십만 개 물질을 탐색해야 하는 영역인데 심플렉스는 이 여러 조건을 AI가 동시에 최적화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플렉스의 핵심은 ‘설명 가능성’이다. 대부분의 AI 신약 플랫폼은 예측값만 제공한다. 하지만 심플렉스는 ‘왜 이 후보가 좋은지’를 색깔·구조·지표·히스토리로 보여준다.
조 대표는 인터뷰 중 플랫폼을 직접 시연했다. 물질 구조를 R그룹 단위로 자동 분해·조합하고, 각 조합의 활성·독성·대사·약동학 예측을 수천~수만 건 단위로 계산한 뒤, 그 과정을 하나의 그래프 형태로 저장·관리한다. 연구자가 탐색 경로를 되짚으며 불필요한 루트를 줄일 수 있고, 팀 간 공유도 간편하다.
그는 “브라우저에서 검색 기록을 보듯, 우리 플랫폼은 연구자가 어떤 단백질·화합물·예측모델을 어떤 순서로 활용했는지, 모든 스텝을 그래프로 저장한다”며 “기존엔 엑셀로 손으로 일일이 분해·조합했던 작업을 자동화했기 때문에 연구자는 의사결정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주로 점수 기반 ‘블랙박스’ 예측에 머물러 있는 반면, 심플렉스는 전 공정을 통합한 End-to-End 설명형 그래프 플랫폼을 제공한다.
바이오 업계에서 AI가 가장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구간은 ‘히트(1차 물질 탐색)’보다 선도물질 최적화 단계다. 타깃에 붙는 화합물(히트)을 찾는 것은 HTS나 블랙박스 모델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약이 되기 위한 복합 지표(활성·선택성·대사·독성·흡수·약동학·제형 가능성 등)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물질을 디자인하는 것은 전통적 방법으로는 극도로 어렵다.
조 대표는 “예전엔 1만 개 합성해야 나올 약이 AI를 쓰면 100개 합성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며 “시간·비용 절감 효과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연구자가 눈으로 판단하던 방식과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술적 복잡성은 높지만 최종 사용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구조 기반 의사결정 흐름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 정보기술(IT)·AI 강국이니까”
20년 이상 미국 빅파마에서 근무했던 조 대표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내려놓고 한국에서의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은 IT·소프트웨어 역량이 세계적으로 매우 강하고, 신약개발에서도 이 장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전략적으로 의미가 크다. CRO·비임상·임상 인프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은 자원이 많지 않은 나라임에도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가 세계 3위권”이라며 “AI·IT 중심 역량을 잘 활용하면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신약개발 최적화 모델이 고도화되면 로봇 실험 자동화·조직칩(Organ-on-chip)·LLM 기반 구조 설계 자동화가 결합된 ‘완전 자동 신약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AI와 로보틱스, 인체 조직칩 기술이 결합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지 않고도 약효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 백신처럼 전 세계가 집중하면 신약개발의 시간축은 더욱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플렉스는 이미 플랫폼에 LLM 기반 자연어 조작 기능을 도입해 “이 약처럼 작용하는 후보를 그려줘”와 같은 명령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대표는 “AI 플랫폼 고도화뿐 아니라 자체 파이프라인을 더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자본과 협력해 임상 전 단계 연구를 확장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제약사와 공동연구가 늘어 플랫폼 검증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투자 레이스를 다시 진행할 의지가 있다”며 향후 투자 유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IT 엔지니어 중심의 AI 신약개발 시장에서 ‘화학·의약학·플랫폼 개발’을 모두 경험한 창업자는 드물다. 조 대표는 이 강점을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풀기 어려운 난제들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해나가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약개발을 이해하는 사람이 신약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고, 그걸로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어려운 신약개발을 헤쳐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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