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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거책보다 중죄"…캄보디아 콜센터 조직원이 더 악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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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10.22 05:55:00

캄보디아 관련 특수감금·사기 사건 판결문 보니②
불과 2~3개월만에 11명 피해자 상대 28억 편취
징역 2~5년…"조직적 역할분담으로 죄책 무거워"
피해금 2·3차 계좌로 세탁…회복 사실상 불가능
총책은 ''성명불상''으로만 기록…기소조차 안돼

[편집자주] “월 1000만원 준다”는 제안에 캄보디아로 출국한 20대 청년들이 여권을 빼앗기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상담원으로 전락하는 사건들이 최근 잇따라 법원의 판단을 받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문 분석을 통해 그간 캄보디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등을 2회로 나눠 보도합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태를 다룬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법원이 해외 콜센터 조직원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처벌했는지 살펴봅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온라인스캠범죄단지인 ‘태자단지’ 운영 등 조직적 범죄의 배후로 알려진 프린스그룹에서 운영하는 프린스 은행.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금융 사기와 인신매매, 불법감금 및 고문 등을 주도한 혐의로 미국·영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20대들이 법정에 섰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2~5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국내 현금수거책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2~3개월만에 28억원 피해 발생

지난 3월 18일 부산지방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A, B씨 등이 캄보디아에서 범죄단체활동 및 사기 범행 등에 가담한 2~3개월간 피해자는 11명에 이르고 피해액 합계가 약 28억원에 달했다.

판결문은 특정 피해 사례를 상세히 기록했다.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2024년 2월 29일경 피해자 K씨를 상대로 SNS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L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사칭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거짓말하여 2024년 3월 10일경부터 4월 18일경까지 K씨로부터 총 15억3049만원을 편취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판결에서는 2024년 2월 26일경부터 27일경까지 2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3210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대구지방법원 판결에서는 “2024년 6월 26일경부터 7월 8일경까지 6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9550만원을 송금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거책보다 중한 범죄”

법원은 캄보디아 소재 콜센터 조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영철)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현금수거책의 경우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만 인정되더라도 중형에 처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직접 해외로 출국하여 콜센터 조직원으로서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여 기망행위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한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그 죄책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재판장 신형철)는 “콜센터 상담원들이 총책, 관리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담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범죄단체의 다수 가담자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범행이 이루어지는 특성상 피고인들의 죄책이 상당히 무겁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재판장 전경호)는 특히 “2024년 4월경 중요 공범이 한국에서 검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개의치 않고 범행을 지속하여 더욱 비난받을 만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징역 2~5년 실형…“청년 일자리 빈곤 악용한 범죄”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오윤경)는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특수감금 혐의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스스로 탈출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감금됐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범죄단체가입·활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혐의를 받은 피고인 2명에 대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해외에 거점을 둔 범죄단체에 가입하여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맡겨진 역할을 조직적으로 수행했으므로, 그 죄책이 더욱 중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양형 이유에서 “이러한 범죄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단기간에 방대한 피해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그 피해의 실질적 회복이 어려워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므로, 가담자 모두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7부는 범죄단체가입·활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혐의를 받은 피고인 2명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직적·체계적 역할 분담을 통해 치밀하고 기만적인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는 범죄로써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콜센터 상담원들로서 피해자들과 초기에 접촉하는 역할을 담당하여 총책, 관리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담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범죄단체의 다수 가담자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범행이 이루어지는 특성상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강조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혐의가 있는 피고인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들 피고인이 다른 사건 피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받은 것은 범행 가담 기간이 비교적 짧았고, 피고인들이 범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부분은 1차 상담원 역할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오후 충남경찰청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이 충남 홍성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 회복 불가, 총책은 검거도 안 돼

캄보디아 관련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다.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과 조직의 총책이 검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사건 판결문에서 “피해자들의 피해를 전혀 회복하지 못했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기록됐다.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은 것은 피해금이 조직적으로 세탁돼 되찾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범죄조직들은 1차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2차·3차 계좌로 이체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송금책·세탁책’,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해 전달하는 ‘인출책·전달책’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총책 검거도 이뤄지지 않았다. 판결문들에서 조직의 총책은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성명불상자’로만 기록됐다. 이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하부 조직원들만 법정에 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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