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혼란에 이정식 “대부분 정년연장형…판례와 본질적으로 달라”

최정훈 기자I 2022.06.03 10:03:55

이정식 고용장관, 임금피크제 운영 사업장 현장방문
지난 26일 대법원 판결에 불붙은 경영계 혼란 진화나서
“7만 6507개 중 87.3%는 2013년 이후 도입된 정년연장형”
“정년유지형도 늘 위법인 것 아냐…공정한 임금체계 마련할 것”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경영계에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배경으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기 때문에 이번 판례에서 다룬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철강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은 3일 서울 용산구 소재 크라운제과 본사를 방문해 “2013년 정년 60세 의무화 법이 개정된 이후에, 크라운제과는 노사 간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정년을 57세에서 62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는 숙련도가 높은 우수인력을 계속 활용하고 장년 노동자도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 노사가 윈-윈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지난 5월 26일 대법원은 임금피크제에 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며 “정년연장과 무관하게 단순히 경영 효율을 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면서, 업무실적이 우수한 장년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나 업무 내용상 변화도 없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연령차별로서 무효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6일 대법원은 퇴직자 A 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부담 완화를 통한 경영 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적용됐다”며 “55세 이상 직원들만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결을 두고 경영계에서는 임금피크제 전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크라운제과에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배경으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기 때문에 이번 판례에서 다룬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체 7만 6507개 중 87.3%는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2013년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또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도 항상 위법인 것은 아니고,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서 노동자와 사업주 여러분의 우려가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현장에서 많이 문의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을 담아 ‘임금피크제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고령인구 증가, 다양한 근무형태 확산 등 노동시장의 메가트렌드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 장년과 청년, 노동자와 사업주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깅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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