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 써온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 왜?

방성훈 기자I 2021.06.06 17:15:22

부켈레 대통령, 마이애미 ‘비트코인2021’서 밝혀
“일자리 늘리고 금융접근성 높일 것…내주 법안 제출”
디지털 월렛업체 스트라이크와 금융인프라 구축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이데일리 이정훈 방성훈 기자]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엘살바도르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적으로 통용 가능한 화폐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화를 공식 화폐로 쓰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상자산 이벤트인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영상으로 참석,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적어도 지난 2017년부터 비트코인을 옹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다음 주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은 “엘살바도르가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전 세계 아이디어를 찾고 있으며 비트코인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도입하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식적인 경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켈레 대통령이 속해있는 집권 여당 ‘새로운 아이디어’가 의회 다수당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제출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엘살바도르는 국민 중 약 70%가 은행계좌 또는 신용카드를 보유하지 않아 현금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에 달하는 해외 송금액에 대한 수수료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BBC방송은 현지 특파원을 인용해 “엘살바도르는 경제 상당 부분을 해외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하면 금융시스템 외부에서 거래되는 70%를 끌어들이는 등 막대한 수수료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또 디지털 월렛업체인 스트라이크(Strik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엘살바도르 내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대적인 금융 인프라를 깔기 위한 작업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라이트닝 네트워크 결제플랫폼인 스트라이크의 잭 말러스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들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준비자산이며 탁월한 통화 네트워크”라고 평가하면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은 법정화폐 인플레이션에 따른 잠재적인 충격으로부터 개발도상국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콘퍼런스 이후 트위터를 통해서도 “미래를 환영한다”는 글과 함께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BBC방송은 다만 부켈레 대통령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될 것인지, 제대로된 법적 결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많은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법정화폐가 된다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동전이나 지폐처럼 세금 납부를 포함한 국가 내 모든 유형의 재정적 거래에서 유효한 결제 수단이 된다는 것”이라며 “또한 모든 채권자가 비트코인 지불 방식을 수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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