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검토 중이다. 다만 고용부는 당장 기업들이 어떤 피해를 입을지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지만, 화이트리스트에는 ‘비민감품목’의 경우 3년에 한 번 포괄허가만 받으면 되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해 159개 품목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관리 대상으로 정했다. 대일의존도가 높은 일부 품목의 경우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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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일본의 조치로 인해 수출규제 품목 중에서 어떤 품목이 어떤 산업과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미치는지 볼 계획”이라며 “당장 1100여개 품목을 취급하는 기업 전부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용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당 기업에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기로 했다. 고용부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대상은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목한 3개(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와 관련 업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현안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수출규제 품목 국산화를 위한 R&D, 제 3국 조달 관련 테스트 등의 관련 연구·연구 지원인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해당 품목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들은 국산화를 하거나, 제 3국에서 조달하는 등 연구가 필요하다. 이때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천재지변이나 그에 준하는 재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절차를 거쳐 1주일에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53조 4항에 따라 자연재해, 재난관리 기본법상 자연·사회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를 수급하기 위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이 관련 연구·연구지원 등 필수 인력에 대해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인가신청서를 내면, 관서에서 필요성 등을 확인 후 최장 3개월 범위 내에서 허용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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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기업들에 재량근로제·선택적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ICT(정보통신기술), 공작기계,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의 업종에 속한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고용부는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재량근로제를 포함해 등 현행 법 범위 내에서 활용가능한 유연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수행 방법에 대해 근로자의 재량권이 인정되면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실제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어도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
재량근로제 대상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31조에서 정한 업무다. 신상품이나 신기술 등 연구개발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선택근로제는 1개월 이내의 단위로 정해진 총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 시작·종료시각, 1일 근로시간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연구원이나 연구 보조직원이 일본의 조치로 인해 1개월 내에서 업무를 조정해 일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유연근무제인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현행 법상 3개월까지 탄력근로제를 사용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연구소에서는 이미 현행 법정 기한 내에서 선택근로제나 탄력근로제를 활용해 연구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기간에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일본 조치에 따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재량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고, 기업 상황에 따라 유연근무제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일본 조치=사회적 재난’인가 논란거리…勞 “공짜노동 부추겨”
정부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려면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사고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 일본의 조치가 사회적 재난에 해당하는지 논란거리다. 노동계에서는 아직 피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노동시간부터 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가 공짜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며 재량근로제 확대 및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 정부 정책을 폐기하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핑계로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는 것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체제를 유지하는 꼼수일 뿐”이라며 “정치적 상황을 틈타 한국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책임을 미루는 노동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경제를 핑계로 재벌에게 규제완화, 노동자에게 노동권 후퇴와 양보를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수출규제 대응이 재벌의 민원해결의 장이 돼선 안 된다”며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노동자의 노동권은 보호돼야 하며 재벌중심의 경제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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