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신년인터뷰]산업은행장 "대한통운 35% 매각안 검토"

좌동욱 기자I 2011.01.11 10:21:03

매년 조단위 수익 창출 가능..예대율 빼고 모든 기준 충족
대한통운 매각 상반기중 마무리..동남아 은행 M&A 협상중
이집트 은행매물 검토..중동·아프리카·인도 진출도 구상
재무약정 체결할 대기업 없어..금호 워크아웃 조기졸업 지원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신년인터뷰 일문일답

[이데일리 이학선 좌동욱 기자]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산업은행장 겸임·사진)은 "민영화를 할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이 산은법을 폐지하면 산업은행이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였다"며 "하지만 당장 산업은행법이 아닌 은행법 적용을 받는다고 해도 예대율을 제외한 다른 나머지 규제는 맞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임직원들이 고생한 결과 민영화를 위해 몸만들기를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지났지만 재무제표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매년 조단위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그동안의 민영화 성과를 자평했다.

민 회장은 얼마남지 않은 임기에 대해 "3년 임기 중 32개월을 채웠으면 내무반장보다 윗기수 아니냐"며 여유를 보이면서도 "산업은행은 잘 키우면 보석으로 반짝반짝 빛날 수 이는 원석인데 아직 갈고 닦을 여지가 많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해초 매각을 추진할 대한통운(000120)과 관련해서는 "(경영권을) 콘트롤(제어)할 수 있는 지분 35%만 팔 수도 있다"며 "시장상황을 보고 채권단과 협의해 매각방식과 수량(매각대상 지분)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대담=김기성 금융부장, 정리=이학선 좌동욱 기자, 사진=한대욱 기자]

- 산업은행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3년 임기중)32개월을 채웠으면 내무반장보다 윗기수 아니냐. 산업은행은 잘 키우면 보석으로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원석이지만 아직 갈고 닦을 여지가 많다. 나중에 산업은행이 잘 되는 것을 보는 것이 보람이 될 것 같다.


- 올해초 대우건설 인수를 완료했다. 어떤식으로 경영할 계획인가.
▲대우건설은 금호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아주 우연히, 또 어쩔수 없이 인수했다. 하지만 건설과 금융 시너지는 굉장히 좋다. 건설사 해외수주는 파이낸싱(자금조달) 업무가 패키지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파이낸싱 업무를 지원한다면 한차원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우건설 CFO(최고재무책임자)로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했던 조현익 부행장을 내정했다. 앞으로 대우건설의 파이낸싱(자금조달)이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2~3년 지나면 대우건설은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점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역점을 두고 있는 해외 PF나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위해서는 현지은행이 필요할텐데
▲그렇다. 동남아에서 PF을 하려면 달러 펀딩 뿐 아니라 로컬 커런시(현지 통화) 펀딩도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에 로컬 은행을 확보하고 있으면 커런시 펀딩이 가능해진다. 동남아 지역에 은행 한곳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노코멘트다.

- 은행 사이즈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인수를 추진했던) 태국 시암시티와 비슷하지만 더 우량하다. 해외로 진출할 때는 그렇게 (일정 규모가 있는 은행을 인수·합병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증권(대우증권)도 같이 간다.

- 은행과 증권이 함께 나간다는 것은 은행 인수를 함께 추진한다는 의미인가.
▲(대우증권과 함께)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할 수 있고, (은행 인수 후) 따로 (증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다른 국내 상업은행의 해외 진출과 다른 점은 산업은행은 리테일(소매금융) 베이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산은이 PF와 기업구조조정 금융가치를 높이겠다고 하면 (지분을) 절반만 팔고 나머지 절반은 나중에 팔겠다고 할 정도다. 프로덕트(상품)에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동남아 지역에서도 거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 동남아 지역 외 생각하고 계신 해외 시장은.
▲큰 그림에서 (동남아지역) 다음으로는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을 보고 있다. 현재 이집트에도 입질 수준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집트는 중동과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시장이 크고 인프라 수요도 굉장히 많아 전략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역인데, 규제의 벽이 굉장히 높아 정부 협력이 필요하다. 해외 진출을 추진할 때는 현지 영업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진행해야 한다.

- 현지 은행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은 어떤 분야인지 설명을 해달라.
▲SOC PF 분야는 2009년 기준 아시아 5위, 글로벌 13위, 국내 1위다. 국내에서는 시장점유율 85%를 웃돈다. PF사업 중 PPP(민간협력사업) 분야는 3년 연속 글로벌 2위다.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을 성장모델로 삼아 고속도로와 철도 등 SOC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경쟁력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할 경우 최소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PF 사업 뿐 아니라 기업금융과 기업구조조정 분야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에는 증권분야(에쿼티)를 보완해줄 수 있는 대우증권이라는 파트너(자회사)가 있다. 해외 거점에서 규모가 있는 현지 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현지 통화로) 펀딩을 할 수 있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구조조정기업이나 베트남의 철광회사를 사고 파는 거래를 할 수 있다. 금융 영토를 넓히는 길이다.
▲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사진 左)이 김기성 이데일리 금융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해외 SOC 사업 전망은 어떤가.
▲해외 SOC 프로젝트 전세계 규모는 매년 2조달러다. 아시아 지역만 40%(8000억달러)다. 이중 5%만 가져온다고 해도 400억달러다. 국내에서 40조원 늘리려면 `피튀기는 경쟁`을 해야 한다. 건설사가 발전소를 수주하면 발전설비를, 철도 건설하면 철도차량을 수출한다. 제조업도 동반수출하는 것이다.

- 올해 국내 수신기반은 어떤식으로 확대할 계획인가.
▲3가지 채널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IB(투자금융)과 연계한 신상품을 개발, 코어 디파짓(핵심 수신) 확보에 전력하겠다. 또 공공기관 자율협약 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올해 지점을 30여곳 늘려 연말까지 80~90여곳 지점을 확보하겠다.

대우증권 140개 지점에 BWB(Branch With Branch)나 BIB(Branch IN Branch) 등 금융복합점포를 설치하겠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쪽은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확보하겠다.

- 금융 신상품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
▲일반 은행의 예금상품은 시장 수신을 기반으로 한 상품들이다. 6개월, 1년짜리 예금에 4% 안팎의 금리를 준다.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5년, 10년짜리 PF 자산을 ABS화하면 만기 6개월에서 5년, 10년짜리로 다양한 수익상품을 만들 수 있다. 수익률이 6~7%로 시장금리 3~4%의 두배 수준이다. 수수료를 떼더라도 5~6% 수준의 금리다. 기존 시장금리보다 1% 이상 높다.

이런 상품은 이미 파일럿 테스트 차원에서 거액 예금을 한 투자자들에게 끼워팔고 있다. 아직 롤오버(만기 연장)와 같은 자금 운용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5억원을 만기 10년 연 6% 금리로만 판매해도 1년 이자를 3000만원씩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수익률과 리스크가 더 높고, 배당수익률이 확정된) 프라이빗 에쿼티펀드(사모투자펀드)도 (자산) 일부를 나누고 증권화해서 산업은행이 신용을 보강하면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일반 PB고객들이 잠재 고객층이다. 전직 장관들을 만나 이런 상품을 설명했더니, 언제 판매를 시작하냐고 궁금해하더라.

- 신상품을 통해 수신을 확보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시중은행 예대율 규제도 맞추기 어렵다.
▲시중은행은 변동금리 6개월짜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포트폴리오가 다르다. 만기 10~20년 PF나 5년 시설대출 자금을 6개월짜리 예금으로 매칭하기는 어렵다.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100%지만) 산업은행이 타깃으로 삼는 예대율은 30%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어려울때 버티기 위해서는 전체 자금의 3분의 1정도는 코어 디파짓(핵심 예금)이 있어야 한다. 현재 이 비율이 15%에 그치지만 30% 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자신있다.

산은 민영화를 할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이 산은법을 폐지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였다. 하지만 산업은행법이 아닌 은행법 적용을 받는다고 해도 예대율을 제외한 다른 나머지 규제는 맞출 자신이 있다. 예대율의 경우 감독당국도 이런 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산업은행의 경우 채권(산금채) 발행시 정부의 지급보증를 받는다. 이런 혜택이 없어도 시장과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산업은행법은 2014년부터 지분 매각을 시작하도록 규정돼 있다. 아직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위해 몸만들기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 재무제표는 획기적으로 변화됐다. 임직원들의 고생이 컸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순이익이 1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고도 이런 이익을 냈다.

더 중요한 것은 매년 조단위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사실이다. 과거엔 지분법 손익규모에 따라 조단위 수익을 내기도 하고 수천억 손실을 내기도 했다.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 자산을 정책금융공사로 이전하면서 지분법 이익에 따르는 수익 변동성이 굉장히 낮아졌다.

- 개각 등으로 장·차관 인사가 마무리되면 산업은행 민영화도 본격적으로 검토될텐데
▲ 민영화의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산업은행 민영화를 제대로 추진해야 정책금융공사가 종자돈을 만들 수 있고, 그 돈을 정부 입장에서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 대한통운 매각은 어떻게 진행되나.
▲매각과 관련한 주요 사항은 연초 채권단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상반기내 매각을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채권단에서 정해야할 조건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매각 방식과 수량(매각대상지분) 정도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한통운 지분이 없다. 아시아나항공(020560)대우건설(047040)이 주도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 주채권 은행과 대우건설 최대주주 자격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 매각대상 지분을 35%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매각대상 지분은)51%가 아니라 40%일 수도 있고, (경영권을) 콘트롤(제어)할 수 있는 35%만 팔 수도 있다.(대한통운은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3.95% 지분을 나눠갖고 있으며, 금호P&B화학과 금호개발상사도 각각 1.46%, 0.1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이 똑같은 비율로 지분을 팔게 될 것이다. 매각대상 지분이 낮아지면 프리미엄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절대 액수(매각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시장상황을 보고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다. 공개경쟁으로 갈 지 제한 경쟁입찰로 갈지도 협의해야 한다.
 
- 대한통운 관심있는 대기업이 상당수 있다고 들었는데
포스코(005490)가 관심있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 외에도 몇몇 대기업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 올해 주채무계열들의 상황은 어떤가.
▲현재 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정상 대기업들 중 추가로 구조조정 계획이 있거나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기업은 없다.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를 체결하고 있는 주채무계열들도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 올해 또 주채무계열 중 새로 MOU를 체결해야 할 기업이 있나
▲현재로서는 걱정되는 대기업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시기를 어떻게 예상하나.
금호석유(011780)화학과 아시아나항공(020560) 자율협약은 2011년 12월말, 금호타이어(073240)금호산업(002990) 워크아웃 채권 유예기간은 2014년말까지다. 실적이 턴어라운드되고 있지만 아직 100% 낙관할 단계는 아니다. 연내 조기졸업을 생각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조기졸업할 수 있도록 주채권은행이 최대한 지원하겠다. 통상적인 워크아웃 졸업 시한인 3년보다는 빠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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