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포는 지난 7월 나온 정부의 지원안으로 다소 누그러졌고, 두 업체의 채권 상환도 어렵긴 해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유화 가능성, 혹은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월가 출신으로 현 공화당 정부가 내걸고 있는 자유방임주의 신봉자인 폴슨 장관은 공식적으로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지분을 사들일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필요할 경우엔 공적자금 투입에 나설 수 있도록 매일매일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중이다.
각국 중앙은행들과 월가, 그리고 의회는 폴슨 장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폴슨 美재무 `자유방임주의` 버렸다
신용위기 이후 폴슨 장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위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는 찬사도 있지만, 32년간 골드만삭스에 몸담았던 폴슨 장관은 월가의 대표적인 실용주의자가 `변절`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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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임기 초반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사회보장시스템 개혁,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 자금 지원 등이었고, `중국통`인 만큼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도 꾀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발(發) 신용위기가 몰아 닥치며 상황은 급변했다. 반(反) 시장적 조치들이 줄을 잇고 있는 중이다.
지난 7월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지원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미국 모기지 대출의 절반 가량을 보증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두 업체가 무너질 경우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는 물론, 전세계적인 영향도 클 수 밖에 없다는 긴박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에 앞서 3월엔 베어스턴스 구제 금융과 경기 부양책을 주도했고, 금융 기관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개혁 청사진`을 마련해야 했다.
제임스 콕스 듀크대학교 교수는 "재무부가 이렇게 주식시장의 구조에 깊이 관여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빅2 모기지`가 최대의 시험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폴슨 장관의 반시장적 조치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하고, 백악관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폴슨 장관에겐 최대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면서 이들 업체에 대한 구제안을 내놓기까지의 뒷 얘기를 상세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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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문제 해결에 달려들어 끝장을 보는 것이 폴슨 장관의 원래 스타일. 그래서 `허리케인 행크(Hurricane Hank)`란 별명도 붙었다.
WSJ에 따르면 시장의 위험성을 절감한 지난해 중반 이후 폴슨 장관은 매주 일요일 자신의 집으로 관계자들을 불러 주택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매월 주택차압 등 기업별로 특화된 데이터를 파악했다.
또 타운홀 미팅을 종종 갖고 직접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패니매와 프레디맥 주가는 급락하자 폴슨 장관은 직원들에게 해법을 생각해 보라고 독려했다. 이 때 국유화 시나리오가 나왔지만,이를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7월7일 리먼브러더스가 두 업체가 수 백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만 할 것이라고 분석하자 주가는 수직낙하했다. 폴슨 장관은 금요일이었던 11일,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판단했고, 아시아 시장이 열리기 전인 13일 오후 6시 구제안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 美 `빅2모기지` 구제 나서..금융시스템 방어(종합)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폴슨 장관이 골드만삭스에서의 방식대로 `빅2 모기지` 해법 도출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와 일했던 재무부 및 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폴슨 장관은 문제를 일찍 발견하고 사적인 미팅을 통해 논의한 뒤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이를 발표하는 식의 방식을 보이고 있다. 파트너십으로 시작한 골드만삭스의 의사결정 문화가 바로 이런 식.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폴슨 장관은 사려깊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에드윈 트루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시니어 펠로우는 "그는 딜메이커(deal maker)이며, 이것은 재무장관이 가져야만 하는 능력"이라고 언급했다.
◇ 폴슨, 역대 최고 vs. 최악 재무장관 `기로`
이렇게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미국 경제를 살려낸다면 폴슨 장관은 역대 최고의 재무장관이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지난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 전 장관의 경우 물러날 때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알렉산더 해밀턴(미 초대 재무장관) 이후 최고의 재무장관"이라고 칭한 바 있다.
루빈 전 장관은 재임 당시 멕시코와 아시아 금융위기를 거쳤으며, 정부 재정을 흑자로 돌려놨다.
항간에선 신용위기 해소를 위해 차기 정부에도 등용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폴슨 장관은 "지난 2년 반은 긴 시간이었다"며 현 정부와 함께 물러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한편 패니매와 프레디맥 국유화 주장은 다소 목소리가 낮아진 상황.
증권사들이 잇따라 국유화가 불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신용위기 여파로 모기지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들의 신규 모기지 사업의 수익이 10년래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관련기사 ☞ `빅2 모기지` 자력회생 기대감 `솔솔`
WSJ은 두 업체가 2011년까지도 흑자를 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단독주택(single-family) 모기지가 아니라 다가구 주택(multi family)과 아파트 모기지 매입에선 좋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것이 두 업체에 밝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