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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여름을 말아먹자

조선일보 기자I 2007.07.25 11:38:00

색다른 맛, 남다른 면 냉국수

[조선일보 제공] 입맛까지 앗아간 무더위. 그래서 여름엔 밥 대신 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탄수화물은 뇌에서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도록 자극해 신경을 안정시킨단다. 특히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면은 촉각과 청각을 자극해 기분 전환에 최고! 그런데 냉면은 지겹고, 칼국수는 뜨겁다. 좀 더 색다른 맛을 가진 면 요리 어디 없을까?

▲ 더위는 가라! 쫄깃한 면발에 얼음까지 아삭아삭 씹히는‘누들 팩토리’의 쌀냉면‘아이스 스플래쉬’.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중국풍 차가운 라면?…‘미타니야’의 냉라멘

서울 용산 미타니야(02-701-0004)는 깔끔한 국물과 손맛이 느껴지는 일본 음식으로 이름난 식당. 여름에는 냉라멘 ‘히야시츄카(冷中華)’가 인기다. ‘차가운 중국풍’이라는 뜻의 이 요리는 일본식 라멘 위에 다양한 고명과 간장 소스를 얹어 내는데 산뜻한 풍미가 일품이다. 채 썬 ‘베니쇼가(빨간 생강 초절임)’, 달걀 황백 지단, 삶아서 얇게 썰어낸 돼지고기 ‘챠슈’, 해파리, 삶은 숙주나물 등이 고명으로 올려지고 겨자도 약간 더한다.

▲ 씹고 싶을땐 냉라멘

주인장 미타니씨는 “일본의 웬만한 라멘집들은 여름이면 냉라멘을 내놓는다.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도 냉라멘을 찾기에 개발한 메뉴인데, 요즘은 젊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고 말한다. 꼬들꼬들한 면발은 일본에서 수입한 냉동면. 면을 삶자마자 얼음물로 헹궈내는 데 쫄깃함의 비밀이 있다.

냉라멘의 특징은 ‘국물’을 ‘소스’처럼 살짝만 부어준다는 것. 소스는 마시는 국물이 아니라, 면에 간을 하기 위한 것이다. 미타니씨는 간장과 식초,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에 돼지뼈 엑기스를 아주 살짝 사용한다.

집에서라면=시판 라면을 이용해도 된다. 면을 평소보다 살짝 덜 삶아 얼음물에 헹구면 꼬들꼬들 씹는 맛이 살아난다. 소스는 간장과 식초를 입맛에 맞게 섞어 만든다. 식초는 현미식초나 흑초가 더 어울린다. 기호에 따라 다진 마늘 약간과 참기름을 한두 방울 넣는다. 고명은 집에 있는 각종 야채를 썰어 올리면 되는데 초생강과 겨자를 넣어야 인스턴트 라면 특유의 느끼함을 없앨 수 있다.


◆국물이 끝내줘요…‘본까쓰 레드라벨’의 냉우동

서울 신사동 본까쓰 레드라벨(02-3445-3650)의 냉우동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가다랑어 포와 다시마에서 우러난 바다의 향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박송규 팀장은 “일본식 우동은 가다랑어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과 면의 조화를 즐기는 게 기본인데, 뜨겁게만 먹다 보면 혀의 감각이 둔해져 나중엔 별맛을 못 느낀다”면서 “냉우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물과 면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인기”라고 전한다.

▲ 뛰어난 색감… 눈으로 먹는 냉우동

채 썬 오이와 당근, 대파, 달걀지단에 무순이 고명으로 올라간 냉우동은 색감의 조화가 탁월하다. 찬물로 헹궈 탄력을 살린 우동 위에 각종 고명을 얹는 것은 일본식이라기보다 씹는 것 좋아하는 우리 식성에 맞췄다. 여기에 차갑게 식히고 얼음을 띄운 냉우동국물을 면이 반만 잠기게 부어 내는데 기호에 따라 고추냉이, 초생강을 곁들여 먹는다. 깊은 국물 맛은 대파, 양파를 살짝 구워서 간장과 미림, 설탕으로 간한 우동 원액에 넣고 숙성시켜 맛과 향이 배도록 한 것이 비결. “가다랑어 포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과 우동 원액을 섞어 24시간 이상 숙성시켜야 깊은 맛이 제대로 난다”고 박 팀장은 귀띔한다.

집에서라면=시판 우동 국물을 사용해도 된다. 이때도 반드시 10도 이하로 차가워지도록 냉동실에 국물을 넣어두었다가 면 위에 붓는 것이 맛있게 먹는 요령. 삶은 새우, 토마토, 조림유부를 고명으로 더해도 좋다.


◆샐러드야, 국수야… ‘누들팩토리’의 그랑데믹스

▲ 부담없는 샐러드국수

 
밀가루만 먹으면 속이 불편한 사람은 압구정동 누들팩토리(02-515-6454)를 찾아가자. 누들팩토리 냉누들은 100% 쌀 전분을 이용해 면을 뽑는다. 쌀 전분은 다른 전분에 비해 약 1/5~1/25 정도로 입자가 작아 소화기가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풍부한 야채와 차가운 드레싱이 순쌀면과 깔끔하게 어우러지는 샐러드 국수인 ‘그랑데믹스’는 체중 조절에 민감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원래 전채요리이지만,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잔치국수 혹은 우동을 떠올리게 하는 냉누들 ‘아이스 스플래쉬’도 하루에 40그릇 이상 나가는 인기 메뉴. 역시 순쌀면에 달걀지단, 오이, 당근, 게맛살, 새우살 등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집에서라면=‘그랑데믹스’는 삶은 쌀국수에 닭 가슴살을 삶아서 결대로 찢은 것, 오이·당근·피망·깻잎·양배추 채 썬 것, 프루트 칵테일 등을 얹는다. 참깨 드레싱(깨소금 2큰술+식초 2큰술+올리브유 2큰술+설탕 1큰술+레몬즙 1큰술+소금 약간) 또는 과일 드레싱(키위 2개+사과 반쪽+파인애플 300g+설탕 2큰술+올리브유 4큰술+식초 2큰술+소금 약간을 섞어 간 것)에 땅콩가루와 건포도를 뿌려 낸다. 쌀냉면 ‘아이스 스플래쉬’는 우동 국물과 비슷한 국물을 살얼음이 생기도록 얼렸다가 삶은 면과 고명 위에 얹어 차갑게 낸다.



서울 이촌동 일본음식점 '미타니야'에서 冷라멘 조리과정.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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