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이데일리 정재웅기자]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모듈업체 선정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이미 6개 업체가 이 건을 수주하려고 달려든 상태였죠"
오흥섭 베이징 모비스 부품기술부장은 미국의 다임러크라이슬러사(DCX)의 오하이오 공장에 모듈부품 라인을 설치하고, 섀시모듈을 직접 공급하게 된 일화를 들려줬다.
"DCX 실사단에게 기아차 화성공장의 쏘렌토 생산라인을 견학시켜줬어요. 그런데 깜짝 놀라더군요. 일본 메이커들도 포기했던 모듈생산이 한국에서 너무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으니까요"
오 부장은 "당시 공장을 둘러선 DCX 관계자들은 자기들의 미국공장에도 여기와 똑같이 라인을 깔아줄 수 있느냐 묻길래 '그렇게는 못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공장라인을 그대로 옮겨 달라는데 왜 그랬을까. 오 부장은 "70% 정도는 이 곳과 같은 라인을 설치해줄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30%는 새로 짓는 공장인 만큼 여기보다 더 좋게 만들어 주겠다고 답했다"고 빙그레 웃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섀시모듈 공급 계약..글로벌 소싱의 시작
자신감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자신들이 택한 모듈방식과 품질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 부장은 "일본은 모듈방식을 도입했다가 이미 실패했다"면서 "하지만 모비스의 성공을 본 이후 다시 재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DCX에서 베이징 모비스의 사출·도장공장을 방문했는데 그때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8월 DCX와 자동차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인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섀시 모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모비스로 나가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었다.
사실 처음 해외 브랜드에 현대모비스 제품을 납품하는 것에 대해 모비스는 반신반의했다.
즉, 무리하게 타 OEM(부품을 공급받는 완성차)에 덤벼들었다가 수익이 안날 수도 있는데다, 자칫 모비스의 기술이 노출될 수도 있고, 잘못되면 현대차그룹 전체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와 달리 모비스는 DCX와의 계약체결로 인해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는 기회를 잡았다. 현대·기아차를 기반으로 일본의 덴소와 같은 글로벌 부품업체로 거듭나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성장과 맞물려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부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원가를 낮추고 연구개발(R&D) 투자확대를 통해 품질을 향상시킨다. 모비스가 타 OEM에 납품을 확대하는 것이 결국은 현대·기아차에도 도움을 주게 되는 셈이다.
◇모비스의 납품처 다변화는 현대·기아차 경쟁력에도 도움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소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기저에는 품질에 대한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오흥섭 부장은 "엔진이 모듈에 포함돼 있는 것은 모비스가 처음이며 이같은 모듈 방식은 원가보다 품질 향상에 더욱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가 과거보다 품질이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면에는 모비스의 모듈이 숨은 조력자였다는 것이다.
그는 또 "2001년 7월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법(PL법)으로 인해 부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부품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어 부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다"면서 "이로써 2중, 3중으로 품질보증단계가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모비스 범퍼공장의 박동환 차장도 "모비스의 품질은 이미 중국 현지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인정 받고 있다"며 "얼마전에도 해외 자동차 회사에서 이곳 공장을 방문해 보고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은 한 해외업체에서 자기들의 범퍼를 만들어달라고 계속 연락을 하는데 우리가 판단해보니 수량이 얼마되지 않았다"면서 "그것 때문에 현재 가동중인 라인을 제품생산에 맞게 조정할 수가 없어 일부러 생산단가를 두 배나 높여 불렀는데도 그쪽에서 해달라고 요청해와 당혹스러웠던 적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모듈 뿐만 아니라 에어백과 같은 단품들도 그 품질을 인정받아 타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납품 요청을 받는 경우도 많다.
김병수 상하이 모비스 총경리는 "상하이 모비스에서 생산하는 에어백의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현지 업체들 뿐만 아니라 해외 메이커들로 부터도 제품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향후 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상하이 모비스에는 모비스의 R&D센터가 위치해 있어 석·박사로 구성된 연구인력이 상주하면서 에어백 설계 및 개발은 물론 중국내 현대모비스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시험을 담당하고 있다.
◇ 핵심부품 역량 키워 글로벌 소싱에 적극 대응해야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의 아웃소싱 확대로 인해 현대모비스는 올해 해외매출목표를 전년대비 29%증가한 52억달러로 잡았다. 동유럽의 슬로바키아와 인도모듈공장, 미국 현지의 DCX 모듈 공급 공장 등지에서 모듈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생산체제에 발맞춰 동유럽의 체코와 북미의 조지아 등지에 모듈생산 공장을 착공하고 완성차 및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모듈단위의 공급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가 진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대·기아차에 기반한 안정적인 발전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전략이 추진만 잘되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게될 것"이라며 "모듈사업의 경우 일정시간 동안 수익이 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계속 된다면 모비스의 대외 이미지 제고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식 CJ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모비스의 임무는 현대·기아차의 현지화 전략을 충분히 뒷받침 하는 것"이라며 "이의 연장선상에서 모듈과 연계된 핵심부품사업에 대한 역량을 강화가 한국의 덴소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자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모듈사업은 단기간 내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볼 때 모비스의 모듈사업과 A/S부품, 단품 사업 등의 글로벌 소싱 확대 전략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모비스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소싱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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