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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요?" 한마디에 멘붕…리더들이 '말'을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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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12.08 07:10:00

AI 시대, 리더의 언어는 "실행하게 만드는 것"
문성후 박사 ''리더의 말 연습'' 출간
내년 1월 ''AI 말 연습 앱'' 출시 예정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팀원이 ‘그래서요?’라고 되물으면 리더는 머리가 하얘집니다. 그 순간 리더의 말운 맥락·기준·행동 지침이 비어 있다는 신호입니다.”

24년간 금융감독원과 두산그룹, 포스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일하며 8년간 임원으로 조직을 이끌고, 현재 글쓰는 스피커로서 기업 대상 리더십 강의와 코칭을 하는 문성후 박사가 신간 ‘리더의 말 연습’(오아시스)을 펴냈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 법학석사, 보스턴대 MBA, 조지타운대 로스쿨 법학석사, 경영학 박사, 뉴욕주 변호사 자격까지 갖춘 그는 법조인 출신 리더십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말의 효력’과 ‘실행의 언어’를 결합한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준다.

문성후 박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말의 개미지옥에서 벗어나라”

문 박사는 많은 리더가 ‘말의 개미지옥’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리더 스스로는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팀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는 “멋있어 보이는 격언형, 추상적 당부가 여기에 해당한다”며 “‘열심히 해봐’, ‘잘해봐’ 같은 말은 동기부여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행동·기한·기준이 빠져 있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수요일 12시까지 7쪽 초안, 데이터 3분의 1 포함”처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리더십 언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말은 재능이 아니라 설계”라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7단계 대화 루틴으로 ‘그래서요?’ 극복

이번 신간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리더가 난감한 순간을 넘기는 구체적인 대화 공식이다. 특히 문 박사는 팀원의 “그래서요?”라는 질문에 대응하는 7단계 대화 루틴으로 ①관찰(사실만 전달) ②영향(팀·고객·일정에 생기는 손실 설명) ③요청(구체적 행동 제시) ④확인(이해 여부 점검) ⑤합의(숫자)(마감·형식·기준 명확화) ⑥지원(장해 요소 점검) ⑦후속(‘지키면/어기면’ 후속 절차 안내)을 소개했다.

그는 “이 구조를 사용하면 팀원이 다시는 ‘그래서요?’라고 묻지 않는다”며 “‘기준이 뭐예요?’라는 질문은 리더의 말 속에 기준이 비어 있다는 뜻이므로 숫자와 시간으로 즉시 보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실행하게 하는 것’

문 박사는 인공지능(AI) 시대 리더의 역할 변화에 대해 “예전에는 팀장이 ‘그거 모르면 나한테 갖고 와, 내가 알려줄게’라고 했지만 지금은 AI가 지식 창고 역할을 해주니까 팀장은 ‘실행하게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AI가 못 주는 건 사람의 경험”이라며 “리더가 줄 수 있는 건 실제 경험과 내부 정보의 차이다. 그것이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 리더는 맥락 해석자, 검증자, 윤리 관리자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AI가 할 수 없는 것들로 리더의 역할을 재정의했다”고 강조했다.

말도 ‘연습’이 필요하다…1월 ‘AI 말 연습 앱’ 출시

문 박사는 이번 신간 출간과 함께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팀보이스’(Team Voice)라는 AI 기반 말 연습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내년 1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앱에 들어가면 말 없는 과장, 말 많은 사원 등 일반적인 팀원 유형으로 여러 명의 캐릭터가 설정돼 있다”며 “그중 몇 명을 골라 실제 나의 팀원처럼 세팅하고 회의를 연습해 볼 수 있다. AI가 학습된 캐릭터대로 사투리, 성별, 나이에 맞춰 리액션을 해주고, 제 책에 있는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은 연습해야 한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게 아니고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잘한다”고 강조했다.

문성후 박사의 9번째 저서 ‘리더의 말 연습’ 표지 (사진=오아시스)
칭찬도 설계다…“지나치게 다정하면 독”

책에는 칭찬과 피드백에 대한 구체적인 공식도 담겼다. 문 박사는 “칭찬을 ‘사람’에게 던지면 독이 된다”며 “‘역시 최고야’, ‘늘 잘하네’ 등과 같은 말은 당장 기분은 좋게 하지만 팀원이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갉아먹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피드백에 관한 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피드백은 지나치게 다정하면 안 된다. 친화력이 낮은 리더의 피드백이 더 자극을 준다고 한다”고 짚었다.

대신 그는 “실력, 성과, 태도 중 두 개를 합쳐 칭찬하라”고 권한다. “어제 보고서의 흐름도 좋았지만 끝까지 챙기는 태도도 기가 막혔다”처럼 구체적 행동을 짚어주는 칭찬이 팀의 성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SRT, BMW…말에도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문 박사는 리더의 말에 구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예로 든 보고의 프레임워크 ‘SRT’는 △요약(Summary) △이유(Reason) △과제(To-do)다. SRT를 떠올리며 발표하면 “이렇게 됐다. 그 이유는 이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이걸 해야 한다”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 시나리오를 잡을 때는 ‘BMW’로 잡으라고도 조언했다. △최선(Best) △중간(Middle) △최악(Worst)의 시나리오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SRT, BMW가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설계하고 구조화하는 걸 훈련하자는 것”이라며 “KTX로 해도 된다. 자신에게 맞는, 나만의 틀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Z세대 소통의 핵심은 ‘안전망 제공+높은 기준’

그는 세대 간 소통에 대한 해법도 명쾌하게 제시했다. 문 박사는 “세대가 달라도 통하는 리더의 말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첫째는 경청을 기반으로 한 말, 둘째는 틀을 갖춘 말”이라고 정리했다.

특히 MZ세대와의 대화에서는 ‘안전망 제공+높은 기준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을 전달하고, 존중하고, 안전망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가 해줄게, 방해물은 내가 제거해 줄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식으로 지원하되, 성과 기준은 양보하면 안 된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MZ세대와의 대화다”라고 말했다.

“오늘 이 대화의 성공을 한 줄로 정의해볼까요?”

문 박사가 가장 즉효성 있는 한 문장으로 꼽은 것은 “오늘 이 대화의 성공을 한 줄로 정의해볼까요?”다.

그는 “이 문장은 놀라운 효과가 있다. 리더와 팀원의 해석을 즉시 하나로 맞추고, 대화의 산출물을 정렬시키며, 말의 개미지옥을 단숨에 끊는다”며 “회의, 보고, 면담, 갈등 상황 등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더의 언어는 멋이 아니라 실행”이라며 “리더의 말은 팀을 움직이는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언어’가 아니라 정확한 한 문장, 제대로 설계한 말”이라며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팀은 리더의 다음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성후 박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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