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윤씨의 그림자
요즘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언론과 방송을 장식하는 것은 "윤태식 게이트"에 관한 보도다. "수지 김"의 남편인 윤씨는 아내를 살해하는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한 동안 잘 나가는 벤처기업가로 살았다. 어떤 면에서 윤씨는 타고난(?) 사업가인지도 모른다. 전혀 사업성이 없음이 밝혀진 제품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속이는 재주를 가졌으니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지하에서 먼저 죽은 것을 서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윤태식 게이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사건과 관련해 얼마 전 청와대에 근무했던 행정관도, 모 부처의 사무관이라는 사람도 구속됐다. 또 상당히 높은 직위에 있는 행정부의 국장도 구속될 것이라면, 윤씨의 사업은 필요한 부처의 모든 사람을 상대로 로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가는 면이 있다.
이밖에 전직 정치인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소환을 앞두고 있으며, 언론 및 방송사의 기자와 프로듀서 등도 구속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진정한 벤처기업가들이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 있을 때, 이러한 벤처 붐을 타고 음지에서 암약하는 자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공직자와 증권투자
공무원도 증권투자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행정관, 사무관 및 국장이나 정치인 등이 직무행위의 대가로 주식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뇌물을 수뢰한 것이다. 주식도 뇌물이기 때문이다. 뇌물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 족한 일체의 유형 및 무형의 이익을 말한다. 저리의 융자와 같은 금융특혜, 성교, 싼값의 부동산분양, 고액의 축의금이나 부의금, 각종 회원권(골프장, 헬스클럽) 등도 뇌물에 해당한다.
뇌물죄가 범죄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고대사회부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욕구가 개인적이고 세속적인 형태로 나타날 경우 뇌물죄는 발생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뇌물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도덕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으로 나눌 수 있다. 도덕적인 면에서 보는 시각은 뇌물죄를 비난받아야 하고 처벌되어야 하는 행위라고 한다. 반면 경제적인 면에서 보는 시각은 뇌물수수의 경제적 효용성을 강조한다. 즉 "사업을 잘 하려면 뇌물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라던가, "가난한 공무원에게 근무의욕을 고취시킨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뇌물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비난받아야 할 범죄 가운데 하나로 규정되고 있다. 그 해악 또한 공동체 사회의 기본적인 틀을 뒤흔드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뇌물죄는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받는 특정계층이 독점하는 범죄로서 이들의 범죄를 적발한다는 것은 어려운 면이 있다. 그 결과 뇌물죄는 구조적이 될 수 있고 이는 결국은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등장할 가능성 있는 것이다. 예컨대, 국가의 행정이 돈으로 좌우된다면 이에 좌우되는 국가의 행위는 상품화되었다는 의미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주식투자 논란
또한 정치인도 국민의 한 사람인 이상 증권시장을 통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이 처한 위치가 권력이 있는 자리요, 기업 내부의 미공개 정보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아직 정치인이 연루되어 구속된 것이 아니어서 범죄혐의를 예단하는 것은 인권침해라 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미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례를 보도록 하자.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의 부인인 힐러리가 뉴욕주 상원의원에 입후보 하였을 때 있었던 일이다. 이 당시 상원의원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대결하고 있었던 공화당의 "릭 라지오" 하원의원이 내부자 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에서도 정치인의 주식투자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라지오 의원이 한 투자회사의 주식을 구입한 후 상장이 이루어지면서 600%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과 관련하여 내부자 거래 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라지오가 투자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과거 라지오의 주요 선거 자금원이었고, 몇 몇 경영자들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증권협회 간부들이었다. 또 당시의 라지오는 의회의 재경위원회에 속해 있었다.
이 사건은 미국의 경우도 정치인들의 주식투자가 섹스나 뇌물스캔들과는 달리 관련법규나 의회의 윤리규정을 어겼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정쩡하게 넘어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정치인들의 재산 형성 과정이 문제되고 있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앞으로 정치인들의 재산 형성 과정의 투명성 문제가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자와 증권투자
"윤태식 게이트"는 언론계와 방송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수지김 살해사건"을 폭로하는 프로그램 방영을 막아주겠다며 윤씨로부터 주식과 현금을 받고 이 회사 법인카드 1170만원을 사용한 혐의로 방송국 프로듀서가 구속되었으며, 한 신문사의 기자 또한 구속되었다.
프로듀서나 기자라고 해서 증권투자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고, 검찰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하지만 프로듀서나 기자라는 지위에서 윤씨로부터 유·무상으로 받은 주식이 과연 합당한가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기자나 프로듀서는 공직자는 아니지만 그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보면 공직자의 업무만큼이나 중요하다 모든 국민들은 이들이 쓰는 기사를 믿고 있으며, 국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언론인과 방송인이 윤씨의 사건과 연루된 것을 법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이들이 주식 등을 받은 행위는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 이것은 공무원의 뇌물죄에 상응하는 것이다. 즉 사적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대한 뇌물죄인 것이다. 이 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사무처리의 공정성과 성실의무를 위반하여 부정한 청탁을 바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면 성립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문기자가 도벌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례비를 받거나, 방송국의 프로듀서가 담당 프로그램에 특정가수의 노래만을 자주 방송하여 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례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경우를 들 수 있다.
◇직무의 상품화가 문제다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와 언론인과 방송인 등이 하는 직무는 국민 일반과 국가 정책에 막대하면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분들이 자신의 직무를 상품화하여 금품 등을 받고 판다면 우리 일반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한단말인가?.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해왔다. 물론 그렇다. 이 사건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한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처해진 상황에서 사고의 전환을 가져와야 할 것 같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거나 감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않겠다는 자세를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법과 제도의 정비 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