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의 방향을 가늠하기가 더 어렵게됐다. 외환시장의 주변여건으론 분명히 환율이 올라야할 상황이지만 당장의 공급우위는 너무 부담스럽다.
25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대비 1.60원 오르는데 하루를 다 소비했다. 환율이 워낙 힘겹게 상승하고있는 만큼 환율오름세의 지속여부에 대해 확신을 갖지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대 일부 계열사에서 촉발되고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감안하면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이란 경계감을 늦추지않고있다.
◇일단 달러를 사두자는 분위기
외환시장 전체적으로 약간의 달러매수초과(롱)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중 공기업의 외화대출 상환용 달러수요가 최대 7억달러에 이른다는 소문이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일단 달러를 확보해놓자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공기업 수요가 현실화할 경우 환율은 하락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주가하락과 외국인의 주식매도공세도 금융불안에 대한 경계감을 확산시키며 달러매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대건설의 유동성문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데다 계열사간 내홍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기 때문. 현대문제가 갖는 폭발성을 감안하면 외환시장도 환율급등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있다.
역외시장에서 1115원대 중반까지 환율이 올랐던 점도 달러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중 하나. 25일의 경우 109엔대로 올라선 달러/엔 환율이나 40바트이상을 기록한 태국 바트화 환율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끼치고있다.
◇공급물량이 많다
달러를 사려는 세력이 많은 만큼 달러매물이 풍부하다. 25일에도 수출기업들의 네고물량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환율오름세를 막았다.
이날 환율 움직임을 보면 이런 공급우위 시장흐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오후 외환시장에서는 1115원을 중심으로 치열한 수급공방이 펼쳐졌다. 여러차례 1115원대 안착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매물에 밀려 1114원대로 주저앉는 현상이 반복됐다. 결국 마감을 앞두고 상승시도가 강해지며 1115.70원까지 상승하기는 했지만 1원이내의 상승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는게 시중은행 한 딜러의 말이다.
◇환율 오름세 한계에 왔나
환율 오름세가 힘겹게 이어지고있다는 점은 외환시장 참가자들 누구나 지적하는 대목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지난 20일 1111원대이후 사흘째 상승세가 지속되면 1115.60원까지 올라섰지만 여기가 단기적인 정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1000억원대의 외국인 주식순매도등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주변여건으로 볼 때 환율상승폭이 1115원대에서 철저히 막히는 모습은 의외"라며 "아직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이 달러매수쪽으로 치우쳐있지만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환율, 관리받는 느낌
환율오름세를 좌우할 공기업의 달러수요는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실 공기업의 달러수요가 등장하는 시기는 결국 외환당국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환율하락, 즉 원화가치의 상승을 적극적으로 막을 뿐 아니라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환율의 급등도 바라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주식매도등 불안한 외환시장 여건에 공기업 수요가 일시에 몰려 환율이 급등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감만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환율급등은 급락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당국은 환율이 떨어져야할 달러공급우위 상황에서도 조금씩만 오르는 최근 추세에 안도하고있을 것"이라며 "딜러들도 요즘 환율 급변동을 기대하기 보다는 수급공방이 펼쳐지는 가운데 단기차익 거래에 치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