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마켓포인트,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49.96엔까지 상승하면서 150엔 목전까지 왔다(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이는 150엔을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22일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후 엔화는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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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는 간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49.81엔을 기록했고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더 떨어졌다. 일본 당국이 잇따라 시장 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달러·엔 환율을 150엔선에서 막고 있지만, 엔화 약세 재료들이 많은 만큼 시장은 150엔 돌파를 시간문제로 보는 분위기다. 150엔선에서는 당국 개입 경계감이 더 짙어지고 있음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매파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일 금리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엔저(低) 국면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160엔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역시 “계속해서 높은 긴장감을 갖고 만전의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달러·엔 환율의 장중 상승 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근래 시장 개입성 발언을 워낙 자주 하다 보니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달러화 오름세가 워낙 가파르다. 간밤 연준 고위 인사들은 또 매파 발언을 쏟아냈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107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캐나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실시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액면금리(coupon rate·만기시 채권에 대해 지급하기로 약정된 확정금리)를 기존 0.4%에서 10년 만의 최고치인 0.8%로 인상하며 엔화 가치가 장중 소폭 반등(달러·엔 환율 149.66엔)하기는 했지만, 추세적인 엔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재무성이 액면금리를 높이면 시장금리 수준에 가까워져 자금 조달이 더 용이해진다. 재무성 입장에서는 치솟는 시장금리에 맞추려는 차원에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이날 10년물 입찰에서 평균 낙찰금리는 0.768%로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 그만큼 국채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최근 BOJ가 정례 국채 매입을 통해 급등하는 국채금리를 누르고자 잔존 기간 5년 초과 10년 이하 장기물을 매입(국채가격 상승·금리 하락 목적)하겠다고 밝힌 기대감 덕이다. 이로 인해 장 초반 0.786%까지 올랐던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약간 떨어졌다. 추후 엔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