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끊겨 참전도 못해…” 재한 우크라인, ‘울분’의 집회

조민정 기자I 2022.03.06 14:36:02

우크라이나·한국인 등 250여명 거리로
“러시아산 보이콧으로 함께 규탄해달라”
한국 지지 호소…재한 러시아·벨라루스인도 집회

[이데일리 조민정 김형환 기자] “우크라이나에 가족들이 있어 내일 출국해 참전할 예정이었는데 비행기가 취소됐습니다, 가족이 너무 걱정됩니다.”

한국에 온 지 20년 가까이 됐다는 아나 톨리(40·남)씨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나서기 위해 며칠 전 우크라이나행 비행기 표를 구매했지만 무산됐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가족들이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는 아나 톨리 씨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국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집회에 나왔다”며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6일 재한 우크라이나인 등 250여명이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김형환 기자)
6일 재한 우크라이나인 등 250여명은 거리로 나와 자국을 공습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고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 공격으로 무고한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러시아 제품을 보이콧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 주말에 이어 올레나 쉐겔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의 주도로 진행됐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과 학생 45명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 침범은 협상이 불가하다’, ‘우리는 가족을 다시 보고 싶다’, ‘살인뿐인 전쟁 금지’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휘날렸다.

러시아에 침공당한 기억이 있는 조지아 출신의 주카 마르크엘리(30·남)씨는 우크라이나의 마음을 잘 안다며 러시아를 강력 규탄했다. 그는 “러시아는 조지아 영토 20%를 침공했었는데 이번 침공도 러시아의 욕망으로 인한 것”이라며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인 보그단 빌라쉬(27·남)씨 또한 “한국인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도와달라고 외치기 위해 여기 왔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인 가족을 둔 한국인들도 집회에 참여해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놨다. 우크라이나인 남편을 둔 박신영(37·여)씨는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에 시부모님이 계셔서 걱정이 큰데 뭔가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지난주에 이어 시위에 참여했다”며 “어르신들은 피난길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직접 가볼 수도 없어서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인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임태원(32·남)씨는 “기부나 집회 참여로 마음을 보태고 있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전쟁으로 희생된 군인과 민간인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한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러시아의 테러를 멈춰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크라이나를 구하라”, “대한민국 감사하다” 등 구호를 외치며 덕수궁 돌담길, 배재학당, 주한 러시아대사관을 지나 분수대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선 재한러시아인과 재한벨라루스인 모임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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