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정부가 관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계를 돕고자 시행한 ‘공연티켓 1+1’ 사업을 악용해 국가보조금을 빼돌린 극단·제작사 관계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범죄2부(이근수 부장검사)는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을 악용해 국가보조금 5억원 가량을 빼돌린 혐의(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유명 극단 대표 손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1억4000만원을 편취한 다른 극단 대표 남모(44)씨 등 10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은 약식 기소했다.
문화체육부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공연예술계를 지원하고자 공연티켓 1+1 사업을 펼쳤다. 소비자가 공연 티켓 한장을 사면 정부 돈으로 구입한 티켓 한장을 덤으로 주는 것이다.
기소 된 손 모 씨 등은 허위로 티켓을 구매해도 공짜 티켓이 나온다는 점을 악용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손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자신들의 공연티켓을 예매처에서 허위 구매한 뒤 국가 보조금을 지원받는 방법으로 10억여원대의 보조금을 빼돌렸다.
정부가 티켓 사재기를 통한 부정수급을 막고자 예매처 아이디(ID)별로 공연당 무료 티켓 2장을 포함 최대 4장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으나 이들 앞에선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손 씨 등은 지인들을 통해 아이디를 수집해 티켓을 사들였다. 또 건당 1만원 정도에 아이디를 유상거래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의 사기 행각으로 티켓 매출이 부풀려지면서 예매처 사이트에서 해당 공연이 인기 공연으로 홍보되는 효과까지 누렸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업 감독 기관인 예술위에 수사 결과를 통보해 피의자들이 부당하게 수령한 보조금 전액이 환수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향후 보조금 지급 사업에 있어 구체적이고 사전 예방적인 검증시스템 마련을 통한 철저한 관리 감독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