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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인]“수능 영어 절대평가 4~5등급제로 가야”

신하영 기자I 2015.01.18 19:08:33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인터뷰
“학생 간 서열 아닌 개개인 성취수준에 초점 맞춰야 교육”
“수능 장기적으로 논술·서술형으로 개선돼야 탐구력 측정”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물수능’이란 말은 변별할 필요가 없는 최상위권 학생들까지 변별하지 못했다고 해서 나오는 얘기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격차를 따질 필요가 없는 최상위권 학생들까지 세세하게 변별하도록 ‘변질’됐다고 했다. 그는 영어를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수능의 다른 영역까지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능이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사실 만점 근처에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수능이 학력고사처럼 변질되면서 교육적으로 변별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까지 변별하도록 강요받고, 학생들은 지식이나 탐구력을 기르는 공부가 아니라 답을 고르는 요령을 배우고 있다.”

교육부도 이런 문제 제기를 수용해 오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에서 절대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어떤 식으로 학생들의 등급을 구분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등급 분할방식은 △9등급제(고정분할방식) △4~5등급제(준거설정방식)다.

9등급제는 한국사와 같이 고정된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9개로 나누는 방식이다. 예컨대 91~100점까지는 1등급, 81~90점까지는 2등급이 되는 식이다. 반면 준거설정방식에 따른 ‘4~5등급제’는 등급을 나누는 기준점수가 해마다 유동적이다. 시험이 끝난 뒤 응시자들의 성적분포를 보고 교육과정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점수대를 찾아 이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 가운데 준거설정 방식에 따른 ‘4~5등급제’ 방식을 지지했다. 그는 “절대평가 방식은 교육과정 표준(기준)을 마련해 놓고 학생 개개인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가를 평가하는 방식”이라며 “시험을 치른 뒤 성적 분포를 보고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구간에서 등급을 구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 후 사교육비 부담이 국어·수학 등 다른 영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풍선효과’ 우려에 대해 대입 경쟁 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예컨대 자녀 교육을 위해 월 100만원을 지출하는 가정은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영어보다 수학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대입 경쟁이 변하지 않는 한 가계에서 지출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능의 다른 영역에도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교수는 “절대평가 방식이 안착되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성취가 어느 수준에 도달했느냐가 중요해지게 된다”며 “학생 간 ‘서열’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가 중시돼야 교육이 교육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수능 절대평가가 강 교수가 말하는 우리나라 대입제도 개선의 종착점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탐구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논술형·서술형 시험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20여 년 전 수능이 도입되면서 내신·수능·본고사로 유지되던 대입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수능도 학력고사처럼 변질되면서 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채워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새로운 입시체제를 완성해야 하는데 절대평가를 거쳐 프랑스와 영국처럼 학생들의 탐구력을 측정할 수 있는 논술형·서술형 수능으로 개선돼야 한다.”

강 교수는 1956년 출생으로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교육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입학처장·교육대학원장·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교육위원장, 한국교육학회 학술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3년 정부가 발표한 대입 간소화 방안과 올해 도입이 확정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정책연구 책임자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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