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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진단)②갈 길 먼 펀더멘털 개선

온혜선 기자I 2009.05.12 11:01:15

경기지표 하락 진정세
수출·내수는 여전히 `빨간불`
대내외 경제여건 개선 `변수`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최근 자산시장의 가격 오름세가 불안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업들의 뚜렷한 실적회복이나 고용확대에 따른 가계의 소득증가, 세입증대에 따른 정부재정 확충 등 경제 3주체들의 기초체력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골격을 구성하는 수출과 내수(소비), 투자 모두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수출의 필요충분조건인 세계 경제 여건은 여전히 녹록치 않고 향후 전망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수출부진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내수 역시 가계의 소득기반 약화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섣불리 나설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민간부문의 투자는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이 귀결되는 지점이 바로 고용시장이다. 일자리는 넉달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로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의 일자리가 불안하면 가족이 흔들리고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펀더멘털과는 동떨어진 채 정부와 통화당국이 풀어놓은 유동성에 의지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은은 12일 금통위에서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종합의견을 통해 "현재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경기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인디언섬머`를 경계한다
 
올들어 나타나고 있는 거시지표들의 특징은 `전년동기(월)비 마이너스-전기(월)비 플러스`다.  전달에 비해서는 조금씩 나아졌지만 1년전에 비해서는 형편없이 초라하다는 말이다.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 경제가 지난해 4분기의 패닉에서는 벗어나 바닥을 다지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수준, 장기 추세선에는 크게 미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자. 전분기와 비교해 0.1% 성장했지만, 전년동기로는 4.3% 감소했다. 지난 4분기 GDP가 워낙에 나빴던 탓에 전기비로는 소폭 호전됐지만 크게 보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생산 지표도 이와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로는 4.8%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전년동월비로는 -10.6%를 기록해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 참조)
  
▲ 광공업 생산 추이(자료:통계청)



 

 
 
 
 
 
 
 
 
 


GDP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을 보자. 최근 월별 수출 동향의 경우 마이너스 폭은 줄고 있지만 해외여건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지난달 IMF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5%에서 마이너스 1.3%로, 내년 전망치를 3.0%에서 1.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수출여건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IMF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1.5%로 대폭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치솟던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율효과도 기대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내수는 어떠한가. 소비재 판매액의 경우 지난 3월 내구재 등의 소비 감소로 전년 동월 대비 5.3%,전월 대비 1.9% 줄었다. 4월 자동차 내수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14.9% 줄어 3월 -15.4%에 이어 2개월 연속 10%대의 감소세를 보였고, 4월 휘발유 판매량도 전년 동월 대비 0.3% 줄었다. 일자리 감소에다 임금삭감으로 가계 소득은 나빠지고 감당해야 할 부채는 적지 않아 섣불리 소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돈쓰기를 주저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 1월 25.9% 감소한데 이어  2월과 3월에도 각각 19.5%, 23.7% 줄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공격적인 설비투자 보다는 현금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진들은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쪽에 서 있다.

◇ 뒤통수 맞을라

물론 각종 심리적인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살아나면서 경기선행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가 다소 호전되고 있고, 이는 다시 자산시장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바야흐로 기대감이 꾸려가는 시장인 셈이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 선행지수는 석달째 호전됐고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역시 14개월만에 반등했다. 선행지수 상승은 환율하락에 따른 순상품교역조건(3.3%) 종합주가지수(0.7%) 금융기관 유동성(0.9%) 장단기금리차(0.4%) 등 금융시장 안정과 함께 소비자기대지수(0.2%) 등 심리지표의 개선효과가 크게 작용한 덕분이다.
 
▲ 경기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추이(자료:통계청)



 
 
 
 
 
 
 
 

 
 윤명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선행지수는 2분기 이상 상승해야 상승국면 전환으로 볼 수 있지만 다시 내려갈 가능성도 적지 않아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어 "수출이 살아나야 경기가 좋아질 수 있지만 수출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신중모드를 고수하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도 거론된다. 최근 광공업 생산 상승은 고환율 효과가 크게 반영된 결과여서 환율이 추가 안정되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규모 예산 조기집행이 올 상반기에 집중된 만큼,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재정집행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세계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 미국의 부동산 하락세나 금융기관 부실 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잠재적인 악재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상업은행의 부실, GM파산 여부 등은 여전히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 회복을 잡을 수 있는 악재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식경제부 주최로 지난 8일 열린 `한국경제 전망 및 향후 위험요인 진단` 간담회에서 12대 연구기관장들은 경제회복의 3대 복병으로 가계부채, 실업, 기업 구조조정을 꼽았다.
 
국내 가계의 금융부채는 802조원 규모로, 상환능력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떨어지며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실업자는 소비부진으로 직결된다.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하고 시장 침체를 가져올 수 있는 부실 기업 구조조정도 지표개선의 걸림돌도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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