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정부가 HSBC의 외환은행(004940) 인수를 사실상 승인했다. 다만 승인 시점은 오는 11~12월께로 늦춰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의 현재 대주주인 론스타만 기다려준다면, 3년여를 끌어온 외환은행 인수합병(M&A)은 연내 HSBC로 귀결될 전망이다.
◇ 전광우 위원장 HSBC 승인 시사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8일 기자브리핑에서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이미 HSBC가 제출한 자료를 심사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검토시 문제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절한 시기에 승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수장이 직접 HSBC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낙관적인 언급을 함으로써,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사실상 승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미국산 쇠고기 개방 여파로 정부 운신 폭이 좁아지자, 반외자 정서를 촉발할까 우려해 외환은행 매각 심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후 쇠고기 파동이 가라앉고 최대 현안으로 경제 상황 악화가 떠오르면서 오히려 외자 유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내 관련부처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HSBC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없다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줘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위는 지난 7월 HSBC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심사에 착수한다고 밝혀 이미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준 바 있으며, 지난달 11일 실제 심사를 재개한 바 있다.
론스타와 HSBC는 지난 7월 말 만료됐던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을 암묵적으로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 11~12월께 승인날 듯…론스타 계약 유지 `관건`
문제는 인수 승인 시기다.
금융권에서는 HSBC의 승인 심사가 재개된지 한 달이 되는 오는 11일, 공휴일을 제외하면 늦어도 오는 23일까지 금융위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오는 26일 위원회에서 승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달 내 심사가 완결되기에는 물리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HSBC에 추가 보완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심사 기한 연장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국정감사가 시작된다는 점, 연말 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도 이달 내 금융당국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 위원장도 "(HSBC의 인수를 승인하는) 구체적인 시기를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머지 않은 장래에 추가로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특히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한 1심 판결이 다음 달이나 11월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시점은 11월 또는 12월 정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승인 방법은 론스타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매각 명령 등 제재를 통해 넘기는 방안, HSBC 자체적인 대주주 승인 심사를 통해 정식 승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되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린 것으로 요약된다.
론스타가 이 같은 정부의 `뉘앙스`를 받아들이고 HSBC와의 계약 기간을 이달 이후에도 유지한다면, 외환은행은 연내 HSBC 품에 안길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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