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사는 이날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열린 한국 정부 별도 추도 행사에서 이같은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 자리에는 박 대사 외에도 한국 유족 9명이 함께 했다.
박 대사는 “80여년전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 간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어 “사도광산에서 고생하는 가족을 그리며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견뎌내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사는 “고향으로부터 800km 넘게 떨어진 곳, 말도 통하지 않고 사방이 바다로 가로막혀 있는 섬에서 땅속 깊은 곳의 열기와 돌가루에 휩싸여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셨을지,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반드시 돌아가리라는 희망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자 얼마나 많은 밤을 힘들게 버텨내셨을지, 저희로서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말을 이었다.
또 “생전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한 채 영영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한스러운 마음, 그리고 해방 후 귀국하셨지만 사고 후유증과 진폐증 등으로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분들에게 그 어떤 말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사도광산의 역사 뒤에는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 대사는 또 “오늘 이 하루가 가혹한 환경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신 모든 한국인 노동자들을 기억하는 진정한 추모의 날이 되고, 이 추도식이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 분들과 유족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우리 정부와 유족들은 일본 주최로 전날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개최된 추도식에 불참했다.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문제와 추도사 내용 등이 조선인 노동자 애도라는 행사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일본 인사만 참석한 추도식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해 ‘강제동원’ 등 강제성과 관련된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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