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자금' 문제 해결될까…"핵합의 복원 초안에 포함"

정다슬 기자I 2022.02.18 10:00:14

이란 우라늄 농축농도 60%→5%로 낮추고
동결자금 해제, 이란억류 서방인사 석방
얼어붙은 한-이란 관계 개선 고비

15~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문제 해결과 향후 제재 해제시 재개될 교역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전문가 회의가 개최됐다. (사진=외교부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한국 내 동결된 이란자금 문제가 조건으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오랜기간 한-이란 사이 갈등 요인이 됐던 이란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협상에 정통한 외교관을 인용해 현재 관련국들이 핵합의를 위한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쪽이 넘는 초안에는 이란이 60%까지 끌어올린 우라늄 농축 레벨을 5%까지 낮추는 것을 첫 단계로 한다. 이에 한국 내 동결된 70억달러 내외의 이란자금을 해제하거나 이란이 구속하고 있는 서방측 인물들을 석방하는 것이 담겼다. 이러한 쌍방이 조치가 확인된 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순서를 밟는다.

이란 핵합의 복원의 첫 단계로 이란 동결자금 해제가 들어간 것은 우리 외교당국의 노력도 있었다. 오랜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 측은 지속적으로 한국에 묶인 자신들의 돈을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에 응하기 어려웠다. 2018년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로 복원된 대이란 제재는 이란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를 하는 제3자에 대해서도 제재를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인도적 교역과 유엔 분담금 대납 등 미국 등과 협의해 이 자금을 단계적으로 돌려주는 방법을 모색해왔지만 이란측이 요구하는 전액 반납에는 턱없이 못미쳤다. 이에 이란 측은 강한 외교적 항의는 물론,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민간 화학운반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이란 측은 해상오염 혐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동결자금 해제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결자금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한-이란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한국기업들은 이란을 떠나지 않고 시장을 지켜왔던 역사 등으로 한-이란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 역시 8000만명의 인구를 거느린 중동 최대 시장에 적잖은 공을 들이며 어떻게든 거래를 이어나고자 고심했다. 이란 동결자금은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 이라크 등에도 있는데 우리나라에 묶여 있는 자금이 가장 많은 것도 이탓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이란 측과의 거래가 원천 불가능해지자, 이것은 오히려 화(禍)로 돌아왔다.

우리 정부는 이란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동결자금 문제를 이란 핵합의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해왔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1월 6일 이란 핵합의가 진행되고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해 이란 차관을 비롯해 당사국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 15~16일에는 이란 동결자금 문제 해결과 향후 제재 해재 시 재개될 교역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전문가 협의도 진행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거래가 재개되는 순간, 이란과의 교역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사전 협의의 성격”이라고 밝혔다.

다만 속단은 이르다. 미국과 이란은 아직까지도 직접 협상은 피한 채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중국을 중계역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만큼 갈등과 불신이 골이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이란은 ‘미국이 두 번 다시 핵 합의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 핵합의에 불만을 가진 미국과 이란 내 강경파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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