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북미간 실무협의는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하루에도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만나며 치열한 의제 조율을 벌이던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는 각자 일정을 소화하다가 오후에 협상을 재개했다.
김혁철 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2시 20분(현시시간)께 숙소인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를 출발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비건 특별대표의 숙소인 ‘파르크 호텔’에 도착했다. 북한측에서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등이 동행했다.
북한측 대표단의 출발 10분 전쯤 외출 중이었던 비건 특별대표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숙소를 나섰으며 현지 성당을 방문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0일 밤 늦게 비건 특별대표가 하노이에 도착한 이후 양측은 21일부터 사흘간 총 5차례 만나며 치열한 의제 협상을 이어갔다. 하노이에서의 첫 만남인 21일에는 한차례, 22~23일에는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회동하며 쉴 틈 없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23일 오전 9시께 ‘파르크 호텔’에서 시작된 네번째 북미 실무협의는 40분만에 끝났다. 이전 회동이 4∼5시간 가량 이어졌던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으로 짧은 만남이어서 협상 과정에 의미있는 진전 있거나 전환점이 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오전 협상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호텔을 나서던 비건 특별대표가 취재진에 엄지를 치켜드는 제스처를 보여준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 한다. 평소 언론 접촉을 피하는 비건 특별대표 답지 않은 적극적인 모습이어서다.
북미는 잠시간의 숨고르기를 통해 중간 점검 및 양측 지도부의 지침을 받은 후 다시 실무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정상회담 당시에도 회담 직전까지 북미 양측의 합의문 조율을 펼쳤던 점을 고려하면 북미간의 밀고 당기기는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 탄력받은 실무 라인, 정상회담 윤곽 잡을까
비건-김혁철 라인을 통해 오는 28일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하노이 선언’의 대략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김정은이 주도하는 북미 대화·협상 국면에서 양측 지도자의 신임을 받는 실무라인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그동안의 북미간 협상 진행 과정을 봤을 때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결정과 타협이 이뤄질 여지가 많지만 이번 2차 회담의 경우 구체적인 합의가 관건인 만큼 실무 협상에서도 상당 부분 윤곽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이어 긍정적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점도 실무협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한국 당국자들은 지난 22일 오후 하노이에 도착한 이후 미국측과 수석대표 및 실무급에서 면담 등을 통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북미 협상의 진행상황에 맞춰 기존 대북 협상 전략을 조율하고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