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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그동안 선진국에 비해 국내 부동산 리츠 상품화는 더딘 편이었지만 개인 수요 확대와 정부 지원에 힘입은 기관들의 발빠른 움직임 등으로 시장확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투자 상품에 대한 옥석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리츠 수익률 7.7% 달해…세금·관리 장점 많아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해 들어 3건의 부동산 투자 신탁사가 설립됐다.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과 NH금융지주사의 100% 자회사인 NH농협리츠운용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AMC(자산관리회사) 설립 본인가를 승인받았다. 특히 국내 1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이하 MBKP)가 홈플러스를 통해 만드는 리츠 자산관리사(AMC) ‘한국리테일투자운용’이 본인가를 획득했다.
또 지난달에는 2년만에 처음으로 부동산 공모리츠 상품이 상장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이랜드리테일의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공모리츠를 상장한 것이다. 이달 말에는 신한금융투자(이하 신금투)가 준비 중인 판교 알파돔 6-4 블록에 대한 부동산리츠 청약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 상품은 거래소의 상장 심사 완료 후 주간사인 신금투가 공모 청약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김원석 한국부동산리츠협의회 연구원은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부동산 리츠 시장은 훨씬 뒤쳐진 편”이라며 “최근 보유세 등 늘어난 세부담으로 간접 상품에 관심을 가진 개인이 늘면서 리츠 상품 출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기관들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오히려 리츠 투자의 이점이 많을 수 있다는 분석했다. 한국부동산리츠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리츠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약 7.7%에 달한다. 직접 부동산을 소유해 올리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실질 수익률이 더 높을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강남과 같은 입지가 좋은 상권의 임대 수익률이 이미 평균 5%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세금 부담이 적고 관리의 스트레스가 없는 리츠의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운용사 입장에서도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혜택이 늘면서 리츠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토부는 판교 알파톰 입찰 공고를 내면서 위탁 운용사의 자격 조건을 부동산 리츠 AMC로 제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높은 가격만을 생각하면 부동산 운용사도 참여토록 하는 게 맞지만 리츠 활성화를 위해 리츠 AMC로 제한을 뒀다”며 “향후에도 정책적인 당근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부동산 리츠와 펀드의 관할 부서는 각각 국토부와 금융위원회로 양분돼 있다. 지난 10년간 국토부가 리츠 활성화를 추진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고 지적해왔다. 리츠 AMC의 또다른 장점은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부동산 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리츠 상품 운용은 부동산신탁사만이 가능토록 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완공이 완료된 투자 물건의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개발 사업에 눈을 놀리는 운용사들이 늘고 있다”며 “개발사업을 하려면 리츠 AMC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이지스자산운용과 같은 대형사들은 펀드든 리츠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넒어지는 장점이 생긴다. 금융지주사들은 리츠라는 틈새 먹거리를 공략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다만 개인들은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분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상품을 가려내는 안목이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호 리츠 공모 상품은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물건을 상장하다보니 실권주가 발생했다”며 “MBKP가 추진 중인 전국 약 40여개 홈플러스를 유동화하는 부동산 리츠도 기관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상품군”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