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러시아 기업들이 유로본드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이머징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러시아 기업들은 해외 채권 시장에서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약 100억달러 가량을 조달했다. 이번주에도 러시아 철강그룹인 에브라즈, 알파은행 등이 총 18억5000만달러의 유로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러시아 기업의 유로본드 발행 규모는 이번 달에만 35억달러에 육박한다.
니코라이 포드조프 VTB캐피탈 채권전략 부문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러시아 기업들의 채권은 이머징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발행금리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 알파은행이 발행 예정인 10년물 10억달러 규모 채권 발행금리는 7.75%, 에브라즈가 발행하는 8억5000만달러 규모 7년물 채권 수익률은 6.75%다.
다른 러시아 기업들의 최근 채권 발행금리는 10%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르네상스캐피탈이 발행한 3억2500만달러의 5년물 유로본드 수익률은 11%, 틴코프 크레딧 시스템즈가 발행한 3년물 유로본드 수익률은 11.5% 였다.
채권을 발행하는 러시아 기업 중 상당수는 은행권으로,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 여기에 높은 발행금리라는 매력적인 조건이 더해지면서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등급전망 강등 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 역시 상쇄되는 모습이다.
포드조프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수익 투자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이머징 지역의 채권을 오랜기간 보유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낮아진 발행금리가 유로본드 발행을 부추기고 있다. 알파은행의 10년물 채권 발행금리인 7.75%는 1년 전만 해도 3년물 채권의 발행 금리였다. 이밖에 르네상스와 틴코프 등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는 기업들도 쉽게 유로본드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드미트리 더드킨 우랄시브 캐피탈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동안 유로본드 시장은 거의 닫혀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GDP)이 4~5%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러시아 국내외 채권 발행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