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국내 은행들의 외화조달이 잇따르고 있다. 천안함 사태와 남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뚝 끊겼던 은행들의 공모 달러채권이 연달아 나오면서 발행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지난달 말 달러 공모채권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5억달러와 6억달러 규모의 달러채권을 발행했다. 농협도 다음 차례로 대기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이 천안함 사태를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안정화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하반기 국책은행들의 발행 물량이 대거 몰린 것으로 예상돼 시중은행들이 발행을 서두른 것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 해외투자자 심리 회복..`유럽투자자 참여도 솔솔`
이처럼 은행들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이 연달아 나오는 것은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이 몇 개월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4~5월 천안함 사태와 남유럽 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던 은행들은 일제히 발행을 미뤘다.
외환은행(004940)의 경우 지난 4월 중순 유럽과 아시아에서 논딜로드쇼(NDR)을 가지며 글로벌본드 발행 여건을 타진하던 중 북한 리스크와 유럽 불확실성이라는 두가지 악재를 동시에 만나 3개월 가까이 발행 시점을 조율해왔다.
천한암 사태를 기준으로 이전에 발행됐던 은행들의 달러채권에 비해서는 조달금리가 여전히 높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초에 발행한 5년6개월만기 달러채의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T)에 205bp를 가산한 수준이었고, 우리은행이 3월말 발행한 5년6개월 만기 달러채도 `T+205bp` 수준이었다.
이달들어 외환은행이 발행한 5년6개월 만기 달러채권의 금리는 `T+325bp`, 이날 발행된 우리은행의 달러채 금리는 `T+300bp`다. 3월에 비해 조달금리가 100bp 가량 비싸진 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초에 비해서는 투자심리가 상대적으로 나빠졌고 금리도 비싸졌지만 시장이 급속히 악화됐던 4~5월에 비해서는 제자리를 거의 찾은 상황"이라며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북한을 둘러싼 리스크의 경우 새로운 악재라기 보다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유럽투자자들의 참여 여부도 유럽 투자자들의 심리 개선을 가늠케 한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함께 유럽 투자자들의 한국물 투자 참여가 일시적으로 침체됐지만 최근들어 서서히 투자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달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달러채권의 경우 유럽계 투자자 참여비중이 10%에 그쳤지만 이날 우리은행의 달러채권에는 유럽투자자 비중이 30%를 차지했다.
◇ 하반기 국책은행 물량 대거 나올듯
하반기에 국책은행들의 공모채 발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시중은행들에는 부담이다.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한 국책은행과 비슷한 시점에 시중은행의 채권이 나올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올해 해외차입 목표금액은 40억~50억달러. 현재까지 산은이 조달한 금액은 20억달러 규모에 불과하다. 따라서 8월 이후 20억~30억달러의 발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의 연내 해외차입 목표금액은 81억달러고 최근까지 조달한 금액은 48억3000억달러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하반기에 외화 차입시 이들 국책은행들과 발행 시기를 겹치지 않도록 발행시기를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한 두 달 후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시장이 좋아졌을때 즉시 발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국책은행 발행 시점을 피해가며 발행 일정을 잡는 것보다는 시장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나을때 발행을 결정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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