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발(發) 신용위기의 불길이 1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저금리 시절부터 부풀려진 주택 및 주택금융(모기지) 시장의 거품이 급격히 빠지면서 신용시장이 경색됐고, 풍부했던 유동성이 고갈되며 금융 시장은 요동쳤다.
美 정부와 중앙은행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을 우려해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유례없는 유동성 공급,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왔고, 베어스턴스는 직접 구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6월들어 다시 악화됐다. 신용위기는 왜 재점화하고 있는 것일까.
◇신용위기 재점화..`빅2 모기지` 지급불능 막아라!
중동 `오일 머니`나 아시아로부터 발빠르게 자본 확충에 나섰건만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손실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추가 자본 조달이 필요하지만 돈 끌어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한 때 시장을 동요시켰으나 다소 잠잠해졌고, 최근엔 리먼브러더스가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것이란 흉흉한 루머까지 돌고 있다. 루머에 화난 일부 주주들은 상장을 폐지하란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판이다.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 사태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암박 파이낸셜과 MBIA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했고, 무디스 역시 등급 하향에 나섰다. 관련기사 ☞ 무디스마저..`모노라인의 난` 결국 현실이 되다 이에 따라 은행권 손실도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용위기를 재점화한 장본인은 패니매와 프레디맥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직접 표현했지만, 이들 업체가 미국의 주택 시장, 주택 금융 시장에 있어 갖고 있는 의미는 막대하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은행들이 모기지를 제공할 수 있는 건 바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사실상 보증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은행들로부터 대출 채권을 사들여 이를 묶은 모기지 증권(MBS)를 발행해 유동화 시킨다. 따라서 주택, 모기지 시장 뿐 아니라 금융 시장에서도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12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전체 모기지 대출의 절반에 가까운 5조달러 규모의 모기지를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다.
이들 대마(大馬)의 유동성 위기는 주택 시장 침체가 계속되며 모기지 채무불이행(default)이나 주택차압(foreclosure)이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상반기 68만1000명의 미국인이 모기지(first mortgage) 채무불이행에 처했다. 한 해 전 같은 기간 31만3000명의 배에 달한다.
이들의 주택을 차압한 은행들은 염가에라도 이를 처분하게 되고 집값은 다시 내리는 악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주택차압은 계속해서 늘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모기지 은행가 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만 50만건이 넘는 차압이 이뤄졌다. 차압된 주택의 재고도 당연히 넘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주택 지표인 S&P 케이스/쉴러 지수는 2006년 2분기 고점 대비 16% 가량 하락했지만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 주택 가격은 이 기간동안 29%나 떨어졌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흔들린다는 건 앞서 말했듯 미국 주택 시장 뿐 아니라 모기지, 금융 시스템 전반에 균열이 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크나큰 공포로불어나게 됐고,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직접 구제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 美 `빅2모기지` 구제 나서..금융시스템 방어(종합)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최근 낸 저서 `금융쇼크(Financial Shock)`에서 "주택 가격의 하락은 우리의 경제와 금융 문제 모두의 근원"이라면서 "투자자들은 바닥이 어디인지, 모기지 자산이 얼마나 더 상각될 지에 대해 예측할 수 없고, 이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같은 우량(blue chip) 기관들까지도 흔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도 `벌벌`..`미국이 흔들린다`
더 무서운 것은 패니매 사태의 전세계 금융 시스템 파장 도미노.
이미 일본 3개 메가뱅크가 보유한 패니매, 프레디맥 채권 보유분이 4조7000억엔에 달하고, 주요 보험사까지 합할 경우 이 규모가 9조엔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을 예민해 지게 했다.
한국 금융감독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패니매와 프래디맥이 발행한 선순위채에 각각 2000만달러와 29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 삼성생명 등 5개 보험사가 4억6500만달러, 신한은행 등 4개 은행이 85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각각 조사돼 이렇게 알려진 것만 6억7000만달러를 넘기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며 아시아 은행주들은 15일 고꾸라졌다.
하지만 연방 정부가 보증한다고 해도 되는 기관 채권(Agency Debt) 보유 위험은 실제 그리 높지는 않다.
문제는 채권 보유분 자체가 아니라 `제2 신용위기`가 발발하며 미국 경제가 흔들리게 되면 아시아 경제 역시 그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불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인디맥 파산..S&L 사태 재발되나
주택 가격 하락이 속절없이 떨어지며 미국 독립 모기지 업체론 최대인 인디맥 뱅크가 파산한 것도 2차 신용위기 재발과 관련해 특기할 만한 소식. 올들어 5번째 파산한 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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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관리 하에 들어간 인디맥(인디맥 페더럴 뱅크로 개명)은 14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 뿐 아니라 이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상업은행, 중소형 은행들까지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이 점증된다.
이는 특히 지난 1989년 8월에서 1995년 말까지 계속됐던 저축대부조합(S&L: Savings&Loan) 사태를 상기시킨다. 지난 1989년 S&L 사태가 절정이 달시 534개 금융기관이 파산했고, 소용돌이가 커지면서 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다.
피해규모는 약 1601억달러로, 미국 정부는 1246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고, 이는 막대한 재정적자로 이어졌다. 금융 산업 및 주택 시장 침체는 1990년~1991년 경기후퇴(recession)을 유발했다.
라덴버그 탤먼의 애널리스트 리차드 보브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인디맥 이후 다음 파산할 주체가 누구인지를 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지역 은행들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na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워싱턴 뮤추얼의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 내셔널 시티 코퍼레이션의 파산설 등도 돌고 있다.
BNP파리바는 14일자 보고서에서 "주택 시장의 붕괴가 금융 위기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며 "주택 가격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고, 15~20% 더 떨어지면서 금융사들의 자산 상각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상업은행 시스템까지 점차 망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FDIC는 미 전역 76개 은행이 어려움에 빠졌다며 긴밀한 조사에 착수했고, 특히 여기엔 중소형 은행들이 속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