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서울 강남권 노후 중층(10-15층) 아파트단지들이 앞다퉈 재건축 재추진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 노후화가 심한 상태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들 단지 상당수는 집주인이 재건축 비용을 내야 할 상황이여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홍실아파트(384가구)는 지난달 말 주민총회를 개최해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의했다. 추진위원회는 주민 동의를 구하고 설계용역을 주는 등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답보상태였던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도 구청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했다.
조합이 설립된 대치동 청실아파트 역시 정비구역 지정을 구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구역 지정은 공식적으로 재건축 대상지로 인정받는 것으로, 안전진단 등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도 지난해 5월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밖에 반포동 한신1차, 서초동 한양, 잠원동 반포우성 등도 재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중층아파트는 그동안 중소형주택 의무비율, 개발이익환수, 임대주택 의무건설, 용적률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되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었다.
또 이들 단지들은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을 하더라도 실익이 없는 형편이다. 집주인이 건축비를 상당부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층 단지들이 재건축 추진으로 선회한 데는 현재의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A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건물이 낡아 재건축 규제 완화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실정"이라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집값 불안으로 인해 획기적인 완화는 힘들다는 분위기도 재건축 재추진의 이유"라고 말했다.
9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도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면 12월 전에 관리처분 신청을 마쳐야 한다.
B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100가구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민들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며 "12월 전 관리처분 신청을 목표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 단지의 경우 각종 규제를 적용 받아 공사비, 부담금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 명의 변경 제한 때문에 2003년 이전에 조합이 설립된 단지를 구입할 경우 완공 후 입주 때까지 팔지 못한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중층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각종 규제로 주민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안전진단을 통과해 사업추진이 확실한 곳을 골라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