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에서는 IBM이 뱅가드, 로이즈 뱅킹 그룹 등과 협력해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금융 범죄 탐지 분야에서 양자 기술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IBM,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이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을 활용해 1만2635개 원자로 구성된 단백질 복합체를 시뮬레이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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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양자 컴퓨팅을 먼 미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본격적인 상용화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술 혁신의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은 ‘미래의 기술’이라고 불리던 시기부터 꾸준히 발전하며 활용 경험과 생태계를 축적했고, 어느 순간 산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반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성형 AI를 경영 전략의 핵심 의제로 다루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AI는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양자 컴퓨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 모든 기업이 양자 컴퓨터를 직접 활용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렇다고 변화가 본격화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지금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양자 컴퓨터 자체보다 어떤 문제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양자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이다.
특히 양자 컴퓨팅은 기존 IT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새로운 알고리즘과 문제 해결 방식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경쟁력은 양자 컴퓨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 보다, 어떤 문제를 양자 컴퓨팅에 맡기고 기존의 AI·고성능컴퓨팅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와 혁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재와 조직 역량에 달려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양자 기술의 잠재력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양자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고 조직의 역량을 미리 준비하는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의 시선은 여전히 단기 성과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기술이 충분히 검증된 뒤 투자하겠다는 접근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고전 컴퓨팅 방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계산을 양자 컴퓨터가 수행하고, 그 결과의 신뢰성까지 검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양자 우위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는 양자 컴퓨팅이 과학적 가능성을 넘어 새로운 계산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자 컴퓨팅은 준비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기술이다. 기술이 성숙한 뒤에는 인프라보다 사람과 전문성, 경험의 격차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그랬듯 양자 컴퓨팅 역시 먼저 경험을 축적한 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양자 우위 연구 결과가 만들어낸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IBM 역시 2029년까지 대규모 오류 내성 양자 컴퓨터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되면 신약 개발, 신소재 발견, 최적화 등 지금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2029년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양자 컴퓨팅이 더 이상 수십 년 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제 양자 기술은 기업의 중장기 전략 안에서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현실적인 의제가 되고 있다. 양자 시대가 올 것인가를 묻는 시간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질문은 하나다. 양자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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