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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제 인생 살아주지 않잖아요"...독일 Z세대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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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5.07.24 05:50:00

■특별기획 ‘글로벌 젠지(GenZ) 리포트’ ⑤독일
요하네스 브람스 김나지움 교사·학생 인터뷰
"독일, 대학 진학·직업학교 다양한 선택지 존중"
"학교, 대학 진학 경쟁보다는 공동체·협력 가르쳐"
"육체노동 기피·하이테크 선호는 당연한 변화"

[함부르크(독일)=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독일은 학생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과 교육적 인프라가 뒷받침됩니다. 한국처럼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는 교육보다는 다양한 선택지가 인정받는 사회가 결국 더 건강한 청년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22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요하네스 브람스 김나지움(Johannes-Brahms-Gymnasium)에서 만난 교사 시몬 브뤼닝(46)씨는 ‘행복한 청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교육 철학은 “획일이 아닌 다양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브리뉭 교사와 6명의 재학생이 함께했다.

시몬 브뤼닝(왼쪽에서 네번째) 요하네스 브람스 김나지움 교사와 학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브람스 김나지움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학교’를 목표로 둔 공립 고등학교로, 공동체 경험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교육과 함께 학문적 역량이 높은 학생들에게 이공계·인문사회계열 과목을 균형 있게 심화해 가르치는 곳이다.

브뤼닝 교사는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한국처럼 모든 학생이 대학으로 몰리는 구조가 아니라 대학 진학을 위한 김나지움, 종합학교인 레알슐레, 직업학교 등 다양한 루트를 인정한다”며 “함부르크 김나지움 학생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상업, 기술, 의료 보조 분야 등의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충분히 존중받고 학생들 각자의 성향과 역량에 맞춰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람스 김나지움의 학생들에게 행복은 성적표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잘하느냐보다 무엇을 좋아하느냐, 누구보다 빠르기보다 자기 속도로 가는 것, 눈앞의 성공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상상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자기결정권을 중요한 가치로 꼽으며 다양한 꿈을 품고 미래를 설계 중이었다.

시리 브라브(18)는 “부모님은 졸업 후 대학에 가길 원하시지만 일찍 실무 경험을 쌓고 싶어서 직업학교로 진로를 정했다”며 “대학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경험이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직장도 갖고 공부도 함께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연과학자가 되는 것을 꿈꾸는 사미라 쉐파(17)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가족과 보낼 시간이 충분한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삶의 균형과 시간은 어떤 성공보다도 더 의미 있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몬 브뤼닝(왼쪽에서 네번째) 요하네스 브람스 김나지움 교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브뤼닝 교사는 “독일의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갖는다”며 “매 학교마다 전담 상담 교사와 진로 체험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고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와의 연결도 이뤄지는 만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가르치는 곳이라는 게 브람스 김나지움의 오랜 철학이다. 김나지움은 대학진학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 다수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치는 수학, 과학, 역사 등 다양한 수업 과목만큼 정신건강, 인간관계, 자존감을 함께 돌보는 교육 환경도 함께 제공한다. 학생들은 ‘윤리 수업’이나 ‘정치 교육’, 그룹 프로젝트 등을 통해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경쟁보다는 사람 사이의 신뢰와 협력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다.

브뤼닝 교사는 “독일의 학교는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한 점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 문제 해결 방식 역시 경쟁이나 처벌이 보다는 의사소통과 조정을 강조하면서 학생이 실수하더라도 거기서 배울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일방적 강요보다는 대화를 통해 진로를 설계하기 때문에 독일의 학생들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장을 가져야만 행복하다’는 생각에 갇혀 있지 않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는 것은 교육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패를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선 아무도 도전하지 않게 되는 만큼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실수에서 배우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다”며 “시험 점수보다 더 중요한 건 학생들이 자기 삶에 책임을 느끼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유 속에서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예술, 자연과학, 정보통신기술(IT) 분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육체노동 직종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경향이 강화하고 있다.

브리뉭 교사는 “사회 전체가 더 나은 미래를 고학력과 하이테크에서 찾고 있는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변화일 뿐 누가 시켜서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며 “학생들은 진로와 관계, 감정의 문제까지도 자신의 언어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학교 안에서 키워가고 이는 곧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지 묻고 찾을 수 있는 능력으로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 교육은 정해진 목적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침반을 들고 길을 찾게 해서 그 안에서 비로소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친다”며 “주말도 없이 너무 많은 것을 미래를 위해 감내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행복은 정답이 아니라 여정이란 점, 그리고 행복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독일 함부르크 요하네스 브람스 김나지움 입구. (사진=백주아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최양현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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