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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혜(사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소비자학 박사)은 최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글로벌 마이스 포럼’에서 올해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업계가 주목해야 할 소비트렌드로 ‘분초사회’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을 꼽았다. 개인은 물론 기업 활동에서 시간이 희소자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간 활용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연구위원은 “가격 정책의 패러다임이 한 제품에 하나의 가격만 붙이는 ‘일물일가’에서 가격을 다양화하는 ‘일물N가’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이 꼽은 ‘분초사회’,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은 올해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제시한 10가지 주목해야 할 소비트렌드의 일부다. 2020년부터 트렌드 코리아 집필에 참여한 그는 “꼭 필요한 것에만 필요한 만큼 시간을 들이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의 효율)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행사와 프로그램 운영의 ‘정시성’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행사 기간과 장소, 운영시간 등을 공급자인 주최자 입장이 아닌 참여기업, 참가자 등 수요자에 맞추라는 얘기다. 한 연구위원은 이어 “시간 낭비를 극도로 꺼리는 경향은 정확한 선택의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특정인의 추천 또는 제안을 그대로 따르는 ‘디토(Ditto)소비’ 경향도 마케팅 전략 수립에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상품·서비스 구매 시간과 채널, 주체, 판매 방식 등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도 제안했다. 다양한 가격정책이 수요를 늘리는 탁월한 기능의 마케팅 도구가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하물, 기내식 포함 여부에 따라 티켓 가격이 달라지는 저비용항공사(LCC), 반차 캉스, 숏 캉스 패키지 등 상품·서비스 구성과 이용 수준에 따라 가격을 다양화한 호텔 업계의 ‘옵션’ 버라이어티 가격 정책을 벤치마킹 사례로 꼽았다.
한 연구위원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간을 분·초 단위로 잘게 나누는 것처럼 가격도 옵션을 세분화할수록 소비자의 가격저항을 낮출 수 있다”며 “다만 다양한 옵션이 가격 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불만을 사지 않으려면 상품·서비스 기본 구성의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특정 다수 대상의 퍼블릭 전시회, 지역축제 등이 주목할 트렌드로는 ‘도파밍’을 꼽았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농작물을 수학하듯 아이템을 모으는 게임 용어 ‘파밍’을 결합한 도파밍은 다양한 활동에서 재미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표현한 신조어다. 한 연구위원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재미를 쫓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존재)”라며 “유튜브 전체 시청자 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쇼츠’가 도파밍 트렌드의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은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삼기 위해 AI와 ‘티키타카’할 수 있는 활용능력(프롬프트)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한 연구위원은 “올해 트렌드 코리아 집필과정에서도 생성형 AI 서비스를 영문 번역 등 다양한 작업에 활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활용능력과 함께 요구되는 것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인문학적 문해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