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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시장도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추세적 상승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한편으로는 가상자산 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유동성 위기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15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만730달러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22% 이상 상승한 것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상승했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9730억 달러를 기록해, 일주일 전(8240억 달러)과 비교해 18%가량 규모가 커졌다.
실제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달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5.0%)이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비트코인은 1만7000달러 저항선을 뚫었다. 이어 지난 12일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하는데 그쳐 2021년 10월 이후 최소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비트코인은 2만 달러까지 단숨에 치솟았다.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추세 반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이 올해 하반기 또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피봇(pivot·통화 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기대감이 가격에 선 반영될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미선 빗썸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8%가 넘었던 CPI가 이제 6.5%로 낮아졌고,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말 4%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올해 4분기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시장은 이런 흐름까지 선반영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가격은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된다 해도 시장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가상자산 업계에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해 리스크가 시장 전체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 DCG의 유동성 문제가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DCG의 가상자산 대출사업 자회사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알라메다 리서치, 쓰리애로우캐피탈에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줬다가 이들 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7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DCG가 제네시스로 발생한 채무를 갚아야 하는 오는 5월 23일을 전후로 시장에 다양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CG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GBTC’를 매도하는 등 수급 악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GBTC는 자회사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신탁상품이다. GBTC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규모는 약 105억 달러로, 전체 비트코인 시총의 3.3%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