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호크부터 험비까지…탈레반이 가져간 미국산 무기 무엇

피용익 기자I 2021.08.29 16:52:29

미국, 아프간 군대에 헬기·비행기 167기 제공
탈레반, 공군 운용 능력 없을 것으로 관측
트럭·라이플 등은 탈레반이 즉시 사용 가능
전 세계 암시장서 무기 거래될 가능성도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미군의 상징과도 같은 ‘블랙호크’ 헬리콥터에 탑승한 탈레반 조직원들의 사진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선언한 직후 카불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지난 20년간 미국이 아프간이 투입한 군사 물자까지 손에 넣었다. 낡은 트럭에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빼곡하게 앉아있는 모습으로 연상되는 탈레반은 이제 M4 라이플로 무장한 채 험비를 타고 다니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공군이 지난 3월25잏(현지시간) 블랙호크 헬리콥터에서 물자를 나르고 있다.(사진=AFP)
미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철수를 결정한 이후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아프간 군대는 미국이 지원해준 비행기, 트럭, 소총 등 다양한 무기를 탈레반 손에 넘겼다.

29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아프간 공군은 167기의 비행기를 운용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MD-530 헬리콥터 43기, C-208/AC-208 경비행기 33기, UH-60 블랙호크 33기, A-29 경공격기 23기, Mi-17 헬리콥터 32기, C-130 허큘리스 수송기 3기 등이 포함됐다.

일각에선 탈레반이 공군을 보유하게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6일 후 BBC가 입수한 칸다하르 공군기지 위성사진에는 5기 정도의 비행기만 눈에 띈다. 지난 7월16일 사진에는 16기의 비행기가 기지에 있었다. 일부 비행기가 아프간 밖 또는 다른 기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공군의 비행기를 손에 넣었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비행기를 조종하고 유지·관리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무기들은 얘기가 다르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군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라이플 35만8530정, 기관총 6만4000대, 유탄발사기 2만5327개, 험비 2만2174대 등을 아프간 군대에 제공했다. 이후 2017년에만 미군은 M16 라이플 2만정을 아프간 군대에 지원했고, 2018년에는 M4 라이플 3598정을 추가로 제공했다. 2017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군이 아프간 군대에 지원한 험비만 3012대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기동타격차량(MSFV) 31대를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무기가 탈레반 손에 넘어갔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탈레반이 갖게 된 무기들은 탈레반이 직접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전 세계 암시장에서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탈레반 특수부대원들이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게이트 근처에서 험비 위에 올라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이 험비는 미국이 아프간 군대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AFP)


탈레반, 아프간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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