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의회 민주당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채권에 악재"-한화

고준혁 기자I 2020.10.20 09:26:24

한화금융투자 보고서
"민주당 압승, 대규모 재정지출에 채권시장 악재로 해석"
"연준도 금리 낮아 정책 여력 없어…대출 프로그램, 의회 승인 필요"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하원과 상원에서도 다수당을 차지하는 블루웨이브(Blue wave)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된다. 과거 민주당 집권 시절 주식시장 상승률은 공화당 때보다 높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민주당의 대규모 재정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민주당 대통령 시기에 주가의 상승률이 높았다. 1950년 이후 민주당 대통령이던 시기에 연평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가상승률은 평균 13%를 기록해 공화당 대통령이던 시기의 7%보다 거의 2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로 시기를 잡더라도 각각 13%와 3%로 상승률 격차는 크다.

채권시장에서는 대통령이 누가 집권하느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보고서에서 “민주당 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보다 주식시장에 친화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며 “그렇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주식시장처럼 대통령 시기별로 뚜렷한 금리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난 40년간 금리는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블루웨이브 전망이 강해지면서 미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 값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이는 과거 장기적인 통계에 기초한 현상이 아닌 정치역학에 의해 발생한 것이란 설명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기부양책 논란 과정에서 민주당은 2조 달러 이상의 재정지출을 주장하고 공화당은 5천억 달러 내외의 지출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본 채권시장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하면 내년에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재정지출을 하게 될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어, 채권시장에 악재로 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물 국채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채권시장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조절이 아닌 물량 조절을 한다 해도 많은 부분을 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통화정책이 바닥났다는 점도 채권시장의 걱정거리”라며 “지금은 10개 주요 선진국 중에서 10년만기 국채금리가 1.0%를 넘는 나라는 없어, 양적완화 정책을 써서 장기금리를 낮추는 정책도 쓸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의 경우 국채 매입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이번 위기 과정에서 새롭게 쓰고 있는 정책인 기업에 대한 대출 프로그램은 의회가 예산을 승인해야 집행 가능하다”라며 “중앙은행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고 하던 시절과는 큰 차이가 있는 등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대규모 재정지출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채권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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