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과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가 없는 관계가 된 컴퓨터 역시 디스플레이라는 장비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디스플레이는 출력 장치로써 기능할 뿐 아니라 입력 장치로써도 기능하는 등 어느 때보다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해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따져보기란 쉽지 않다. 벤치마크 점수 등으로 쉽게 계량화되고 그 정보 역시 상대적 구하기 쉬운 성능이나 구매하기 전 제품 사진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자인 등과는 달리 디스플레이 품질은 일반 사용자가 그 성능을 계량화하기 쉽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계량화된 정보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닥터몰라는 ‘Hex white’팀과 함께 소비자가 더 좋은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본 시리즈는 그 계획의 첫 걸음으로 제조사가 알려주는 몇 안되는 디스플레이 성능 지표를 읽는 법을 소개한다.
◇제조사가 말하는 화면 밝기의 ‘허와 실’
사실 우리가 가장 흔히 보고 가장 잘 알고 있는 디스플레이 성능 지표는 해상도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의 해상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고,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 역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때문에 본 시리즈에서 해상도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으려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좋은 디스플레이’가 되려면 갖춰야 할 요소는 매우 많은데, 오늘은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요소인 디스플레이 화면 밝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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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가 밝으면 어떤 점이 좋을까? 가장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장점은 디스플레이가 밝으면 주변광이 밝을 때에도 디스플레이의 내용이 더 잘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스마트폰들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PC용 모니터에 비해 더 밝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나오는 가장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주로 실내 환경에서 사용되는 모니터와 달리 스마트폰은 야외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맑은 낮의 태양빛은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 조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다. 이런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우리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전면에서부터 반사되는 태양빛을 함께 보기 때문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어둡다면 그 내용을 보기 어렵다.
다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들은 플래그십 모델이 아니더라도 낮에 야외에서 문서를 읽거나 웹 컨텐츠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더 밝은 화면 밝기가 필요없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여전히 어두운 콘텐츠(주로 영상)를 보기 위해서는 더 높은 화면 밝기가 필요하다. 최근 소모되는 콘텐츠에서 영상의 비율이 크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더 밝은 디스플레이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야외 시인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밝기만 있는 것이 아닌데, 밝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화면 반사율이다. 밝은 곳에서 스마트폰 화면의 내용을 읽기 어려운 것은 스마트폰 전면에서 반사된 빛이 화면에서 나오는 빛을 압도하기 때문인데, 디스플레이가 밝더라도 반사율이 높다면 오히려 야외 시인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메이트 등의 사이트에서는 이를 감안하여 화면 밝기와 반사율을 함께 보여주고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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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디스플레이는 빨간색, 녹색, 파란색 빛을 조합하여 원하는 색을 만드는데 이 모두를 최대 밝기로 켠 경우에 우리는 흰색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가 낼 수 있는 가장 밝은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설명한 화면 밝기는 백색 기준 화면 밝기이다. 하지만 생생한 컨텐츠 재생에는 블랙의 밝기 역시 중요하다. 블랙의 밝기는 백색의 밝기와는 반대로 어두울수록 좋다. 즉, 컨텐츠 재생에 좋은 디스플레이는 밝은 흰색 밝기와 어두운 검은색 밝기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실제 우리가 느끼는 차이는 숫자보다 적다
여기까지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디스플레이의 백색 밝기는 밝을수록 좋다. 그렇다면 제조사가 적어놓은 밝기가 높은 제품을 사면 되는 걸까. 여기서 몇 가지 더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눈이 밝기를 보는 방식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것이다(베버의 법칙 참조). 인간의 시각은 10000니트의 디스플레이와 100니트의 디스플레이를 봤을 때 둘 사이의 밝기 차이를 대략 100배가 아닌 2배 정도로 인식한다. 즉, 300니트짜리 디스플레이와 1000니트짜리 디스플레이에서 느껴지는 밝기 차이는 우리가 숫자로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적다.
거기에 제조사가 광고하는 밝기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도 한 번 고려해보아야 한다. 디스플레이 전체 화면의 화면 밝기는 생각보다 균일하지 않다. 심한 경우 가장 밝은 부분의 디스플레이 휘도는 1000니트를 넘어가는데, 가장 어두운 부분의 디스플레이 휘도는 700니트에도 못 미치기도 한다. 또, O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화면 전체에서 1%만 사용하고 있을 때에만 제조사가 광고하는 최대 밝기가 측정되고 실제 화면의 대부분의 소자가 빛나고 있을 때에는 제조사가 광고하는 최대 밝기의 절반을 내는 게 고작인 경우도 존재한다.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빈틈 때문에 제조사가 적어둔 밝기 수치만 보고 어떤 디스플레이가 더 좋은 디스플레이인지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적어도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서 여러 제조사의 디스플레이 밝기를 공정하게 측정하고 그 결과를 게시하는 사이트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디스플레이 밝기는 전체 디스플레이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어질 디스플레이 성능 읽기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요소들을 살펴보아야 디스플레이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룰 것이다.
거기에 닥터몰라팀은 Hex white와 함께 단순히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제 디스플레이를 측정해 독자분들에게 더 유익한 정보를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닥터몰라 소개=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운영진이 하드웨어를 논하는 공간이다. 부품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폭 넓은 하드웨어를 벤치마크하는 팀이기도 하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미 알려진 성능의 재확인을 넘어 기존 리뷰보다 한층 더 깊게 나아가 일반적으로 검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의 숨은 성능까지 예측가능한 수리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필진으로 이대근 씨(KAIST 수리과학 전공)와 이진협 씨(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 이주형 씨(백투더맥 리뷰 에디터/Shakr 필드 엔지니어)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