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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금융산업의 마이오피아(My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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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기자I 2014.09.16 10:00:00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미국에서 승객과 화물에 대한 수송 수요가 증가하는데도 철도회사의 성장성이 둔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 전 하버드대학 교수는 “철도회사들이 자신들의 산업을 운송업으로 보지 않고 철도업으로만 국한하며 자동차나 항공기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에 자신들의 고객을 빼앗겼다”고 진단했다.

이런 오류는 마케팅 ‘마이오피아(Marketing Myopia·근시안적 마케팅)’라고 정의된다. 196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레빗 교수의 논문은 지금까지도 널리 인용될 정도로 모든 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마케팅 마이오피아는 고객 가치 중심의 관점이 아닌 자기 제품 중심의 협소한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방식으로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존립조차도 어렵게 된다.

미국 철도 회사의 실패와 반대되는 사례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내 도시를 잇는 항공사로서 자사를 ‘항공여객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교통 화물 여객 서비스’로 확장해 정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철도나 고속버스 등 다른 운송 수단과의 가격적·편의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자신의 영역을 단순하게 커피 판매로 한정하지 않고 휴식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서비스 공간과 시장으로 정의한 것도 마이오피아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다.

오늘날 우리 금융투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이오피아에 빠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적지 않은 금융투자회사들이 단순한 주식 매매나 투자상품 판매에만 몰두해왔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시장 상황에 따라 이 상품에서 저 상품으로 바꿔가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금융투자산업을 주식이나 투자 상품 판매로만 국한하는 협소한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 투자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한다. 여러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상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레빗 교수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는 지나치게 연구개발(R&D)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제품은 가만히 있어도 잘 팔린다는 환상에 빠져 제품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오피아에서 벗어나고 제품 지향적이 아닌 소비자 지향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레빗 교수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들은 주유소를 방문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름을 보지도 못하고 맛보지도 못한다. 다만 기름을 사는 것은 차를 계속 운행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에게 주유소란 차를 사용한 대가로서 요금을 지급해야 하는 세금 징수원과 같다.

만일 어떤 석유회사가 빈번한 급유의 필요성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연료를 개발한다면 대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선도적인 금융투자 회사들이 주식이나 투자상품 판매에서 머물지 않고 노후 준비나 종합적인 자산관리업으로 확대 발전하려는 노력은 산업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고객의 편안함과 행복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더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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