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은 주부들 "마트, 한달에 한번만 가요"

이지현 기자I 2013.05.08 11:05:30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액 지난해 최대폭 하락
경기요인이 소비자 구매패턴 변화시킨 듯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주부 윤미현씨(38)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던 대형마트를 최근 한 달에 한번으로 줄였다. 필요한 것만 산다고 해도 계산대에 올리면 20만~30만원을 훌쩍 넘기게 돼 씀씀이를 줄이고자 마트 장보기를 끊다시피 한 것이다.

윤씨는 “샴푸 세탁용 세제 등과 같은 공산품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가는 일 외에 음식재료는 조금씩 동네수퍼에서 산다”고 말했다.

◇ “식료품비 줄이자”..대형마트 매출 급감

대형마트의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 세일을 해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가던 ‘1+1’ 상품행사도
서울 대형마트에서 한 부부가 신선채소를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이데일리DB)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형마트의 매출도 줄고 있는 것이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 누적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총 가계지출 평균(350만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식료품비였다. 평균 20.7%로 매달 73만원어치를 먹는 데 사용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지난 2011년에는 22%까지 상승하더니 1년 만에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20.7%)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평균 6%대 매출 성장세를 보였던 백화점은 통계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대형마트 매출 증감률은 마이너스 3.3%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특히 지난 3월 대형마트는 매출의 53%를 차지하는 식품류의 판매 하락으로 전년동월 대비 매출이 4.4%나 감소했다. 구매 건수도 4.9%나 줄었다.

손원상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트의 자율휴무제 도입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경기침체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며 “경기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소비자들이 생필품의 교체시기를 늦추는 등 소비를 유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물가는 지속적으로 인상돼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어 먹고 쓰는 데 들어가는 돈부터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 “앞으로도 어둡다..내수 견인 요인 안보인다”

소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기활성화가 필요하지만, 앞으로의 경기전망도 밝지 않은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전망지수(CSI)는 105로 전월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100을 넘으면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부정적인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소비지출전망지수는 100을 웃돌았지만, 그 수준은 지난 1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경기판단지수(CSI)는 74로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을 크게 밑돌며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나타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전체 경기가 살아나면 소비도 살아날 수 있지만 현재 내수 경기를 견인할 수 있는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민간소비도 가계부채 부담이 있어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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